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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이슈 로봇이 온다

    사람 닮아 친숙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현장선 만능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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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람처럼 걷고 말하며 일하는 로봇이라는 개념은 매력적이고, 로봇 산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신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기술이 실제 다양한 산업 환경에 맞을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칫 이미 검증된 솔루션을 외면한 채, 휴머노이드가 성숙하기만을 기다리다가는 현실적인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제조업체들은 인력과 기술 부족, 맞춤형 수요 증가, 제품 수명 주기 단축, 공급망 안정성 강화 요구라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성과 품질, 지속가능성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필자는 세계 곳곳의 제조 현장에서 숙련 인력을 확보·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안전하고 확장 가능하며 손쉽게 배포할 수 있는 도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 목격해 왔다.

    리더 입장에서는 공상과학을 좇을 여유는 없다. 당장 작동하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며,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

    왜 휴머노이드가 답이 아닌지를 보려면, 제조 현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역할을 떠올려야 한다.

    고정 작업자는 작업대에서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일을 맡는다. 이동 작업자는 작업대 사이를 오가며 자재를 관리한다. 하이브리드 작업자는 두 가지를 섞어 수행하면서 여러 시스템과 상호작용해야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이 각각의 역할은 이미 현존하는 로봇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협동로봇 팔은 고정 작업자의 역할을, 자율 이동 로봇(AMR)은 작업대 간 자재 이동에 적합하다.

    문제는 휴머노이드가 모든 걸 한 번에 하려 한다는 데 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휴머노이드를 확대 적용하는 데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크다.

    비용 문제뿐 아니라 교대 근무에 맞지 않는 짧은 배터리 수명, AMR보다 낮은 적재 용량, 불안정성 등이 과제로 꼽힌다.

    특히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의 구조는 지속적인 제어를 필요로 해 복잡성과 위험성을 높인다.

    물론 휴머노이드가 요양시설이나 서비스업처럼 인간의 환경에 맞춰 설계된 분야에서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산업 현장은 다르다. 효율과 성과를 위해 설계된 환경에서는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 우선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작업 중심의 로봇들이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가치를 창출해 온 것이다.

    휴머노이드는 더 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닮았기에 더 친숙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공장에서 일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역할을 위해 진화했다. 산업 자동화를 고려할 때 우리는 '형태'가 아니라 '기능'에서 출발해야 한다.

    제조 현장이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정밀성, 반복성, 다양한 적재 용량, 생산 흐름과의 통합이다. 따라서 환경에 맞춤화된 다양한 자동화 솔루션이 계속 필요하다.

    협동로봇, AMR, 이동형 협동로봇은 이미 대규모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들은 깊은 전문 지식이 없어도 된다. 그냥 작동한다.

    언젠가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산업 자동화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기는 지금이 아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형태가 아닌 기능에 집중하는 것, 작업·환경·사람을 중심으로 자동화 전략을 짜는 것, 그리고 이미 준비된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다. 필요한 도구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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