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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이슈 로봇이 온다

    일론 머스크가 ‘AI 게임’ 개발 뛰어든 이유는… 로봇 시대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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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인공지능 기업 xAI가 게임 개발에 돌입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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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게임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AI가 직접 게임을 설계하고 창조하는 시대를 예고했다.

    머스크 CEO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xAI의 게임 스튜디오는 2026년 말까지 훌륭한(great) AI 생성 게임을 출시하겠다”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숙련된 게임 개발자 채용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xAI는 지난주 올린 채용공고에서 자사 AI 모델 그록(Grok)에게 게임 디자인을 하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비디오 게임 튜터(video game tutor)’ 직책을 공개했다. 그록이 게임을 처음부터 직접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앞서 그는 지난해 말 “대기업이 소유한 게임 스튜디오가 너무 많다”라며 “xAI는 게임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AI 게임 스튜디오를 설립했다”라며 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우수한 게임 개발자를 채용하고 한국 게임사와의 협력을 시사하는 등 관련 투자를 확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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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 X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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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에서 로봇으로… AI 생태계 확장 전략

    AI 업계에서는 머스크의 게임 야망이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의 진입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AI 모델인 ‘월드 모델’ 개발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월드 모델은 물리적 환경을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AI 모델로, AI 혁명의 다음 무대로 전망되는 피지컬 AI(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의 초석이 되는 기술이다. 챗GPT 등 대중화된 텍스트 기반의 대규모언어모델(LLM)보다 한 단계 발전한 수준이다. 인간 수준의 지능과 학습 능력을 구사하는 범용인공지능(AGI) 구축에도 필요한 기술로 꼽힌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xAI가 엔비디아 출신 전문가를 영입해 월드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FT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xAI는 월드 모델을 게임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호작용이 가능한 3D(차원)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기술을 로봇용 AI 시스템에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xAI가 고용한 엔비디아 출신 지샨 파텔과 이선 허는 엔비디아에서 월드 모델 개발에 참여했던 인재들이다.

    xAI의 이런 행보는 머스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구상과도 궤를 함께한다. 머스크는 공장 작업부터 가사 노동까지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이족 보행 지능형 로봇을 개발해 판매한다는 청사진을 세운 바 있다. 그 일환으로 테슬라는 2021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개발했고, 최근 2세대 모델까지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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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딥마인드의 월드 모델 '지니3'./구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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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게임, 산업 판도 바꾼다

    다만 월드 모델을 발전시켜 로봇 시스템에 도입하기 전까지는 AI 게임 개발에 우선 적용될 전망이다. xAI까지 생성형 AI 기반 게임 시장에 뛰어들면서 게임 개발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요 빅테크 기업 중에는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 8월 자연어로 지시하면 3D 가상 세계를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월드 모델 ‘지니3’을 출시했다. ‘지니3’으로 상상한 세계를 즉시 구현하고 상호작용까지 가능한 만큼, 향후 게임 개발에 활용도가 높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AI가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국내외 게임업계는 AI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AI 시장은 지난해 58억5000만달러(약 8조3000억원)에서 오는 2034년 378억9000만달러(약 54조원)로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개발엔진으로 유명한 유니티는 “게임 개발자의 96%가 이미 AI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유니티의 ‘유니티 AI 어시스턴트’는 개발자들이 명령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객체를 생성하고 장면을 구성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로블록스도 개발자의 게임 제작을 돕는 생성형 AI 기반 ‘로블록스 큐브’를 연초 공개했다.

    축구게임 ‘피파’, 1인칭 슈팅게임(FPS) ‘배틀필드’로 유명한 게임 개발사 일렉트로닉아츠(EA)는 생성형 AI를 EA의 핵심 성장축으로 지목하고 전사적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앤드류 윌슨 EA CEO는 “AI는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게임을 ‘상상하고 만드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A의 ‘스크립트 투 씬’ 기술은 텍스트나 음성 입력만으로 캐릭터, 공연, 세계관을 자동 생성해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여준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2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산업의 AI 활용률은 41.7%로 콘텐츠 전 분야 중 가장 높았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크래프톤, 넷마블 등 주요 게임사는 반복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게임 개발 과정을 AI로 자동화하고 있다. NPC 대화 생성, 버그 탐색, 환경음 생성, 게임 내 텍스트 자동 번역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AI로 생성한 게임의 단점을 언급하며 머스크와 xAI의 게임 시장 진출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라리안 스튜디오의 마이클 도우스 퍼블리싱 책임은 “AI로 자동 생성해 게임을 만드는 방식이 게임 특유의 감정적 깊이와 공감을 훼손할 수 있다”며 “단순한 수익 창출 게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게임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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