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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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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정체성은 김치와 하리보 사이"…이 남자가 연극을 만드는 이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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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하리보 김치' 구자하 작가 라운드인터뷰

    공연, 대학로극장 쿼드서 오는 16·18·19일

    뉴스1

    연극 연출가 겸 작곡가 구자하(41)가 13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가 연출한 작품 ‘하리보 김치’는 오는 16일, 18일,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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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김치전, 미역냉국, 버섯 튀김, 그리고 디저트로 젤리요."

    연극 연출가 겸 작곡가 구자하(41)는 신작 '하리보 김치'(Haribo Kimchi)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요리를 선보일 것이라며 대뜸 메뉴를 읊었다. 단순히 정한 메뉴가 아니다. 이 음식들을 택한 데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유럽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뭘까, 또 가장 위안이 되는 소울푸드는 뭘까를 생각했어요. 아시아 식품점이나 로컬 슈퍼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만 요리하자는 게 첫 번째 목표였죠. 두 번째는 이야기마다 음식과 연관이 있어요. 김치전에서는 김치, 미역냉국에선 미역이 연결되죠.”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구자하는 유럽 공연계가 주목하는 창작자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10월 16일~11월 9일)에서 '하리보 김치'를 선보이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13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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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리보 김치' 공연 장면ⓒ구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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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 본질적인 정체성 드러내"

    '하리보 김치'는 한국의 포장마차를 무대로 삼아 음식과 로봇 퍼포머, 영상 등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하마티아 3부작'('롤링 앤 롤링', '쿠쿠', '한국의 역사') 이후 그가 선보이는 신작으로,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초연했다.

    구자하는 이번 작품에 대해 "음식은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라며 "유럽에서 14년간 살아오며 경험한 기억과, 그 안에서 느낀 중요한 지점을 반영한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작품 제목이 지닌 의미에 대해서는 "김치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제 안에 내재된 문화적 배경이자 운명 같은 음식인 반면, 하리보 젤리는 베를린에서 처음 접한 뒤 갖게 된 후천적 취향"이라며 "한국도 유럽도 아닌, 김치와 하리보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는 제 문화적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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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연출가 겸 작곡가 구자하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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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은 가장 정치적인 예술"

    구자하는 20대 초반, 진로 고민이 컸다고 했다. 영상과 음악 작업을 하던 그는 "결국 내가 만들고 싶은 건 라이브 퍼포먼스(live performance)임을 깨달았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진학해 공연예술의 이론을 공부하며 지식을 쌓아갔다. 하지만 "내가 상상하는 공연 매체의 형식은 한국 밖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네덜란드로 향했다. 암스테르담예술대학교에서 현대연극 연출 석사 학위를 받은 이유였다.

    그의 작품에는 직접 만든 음악, 영상, 로봇 오브젝트가 등장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장어 로봇'과 영상 속 달팽이가 출연한다. 그는 "비연극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하다 보니, 유럽 공연계에서는 제 작품을 '하이브리드 시어터'(hybrid theatre·융합극)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연극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묻자 "가장 정치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극의 태생적 원리는 관객을 극장으로 초대하고, 그 안에서 연대를 이뤄 정치적인 힘을 발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제가 만드는 음악, 영상, 텍스트 모두 정치적 언어"라며 "연극은 동시대성을 비추는 작업이자, 우리 시대에 대한 거울"이라고 덧붙였다. 구자하가 생각하는 연극의 역할이자, 그가 연극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자하는 2027년 초연을 목표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제목은 '본투비 K투비 팝'으로, 주제는 케이팝이다. "케이 컬처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그 이면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조망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가 비춰 낼 '케이팝의 뒷이야기'가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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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리보 김치' 공연 포스터(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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