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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한화오션, 中 기습 제재 불똥…미·중 경제무역 협상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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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14일 상대방 선박에 수수료 부과하며 갈등 심화

    中, 한화오션 美 자회사 5곳 제재…“美 협조 강한 불만”

    미·중 갈등 3국에도 영향 미쳐…“휴전 도출할지 불분명”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 대표 조선사인 한화오션이 중국 제재 불똥을 맞았다. 중국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가 현지 정부의 중국 제재 조사를 도왔다는 혐의로 제재를 가했다. 이는 미·중 관세 갈등이 불거진 후 한국 기업에 대한 첫 제재다. 미·중 갈등이 확산함에 따라 주변국도 얼마든지 영향권에 들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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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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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조선·해운 갈등 고조…韓 기업에도 여파

    중국 상무부는 14일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한 해사·물류·조선업 (무역법) 301조 조사 조치에 반격하기 위해 한화오션주식회사 5개 미국 자회사에 대한 반격 조치 채택에 관한 결정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중국 제재를 받은 한화오션의 자회사는 한화쉬핑,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다섯 곳이다. 이들 기업은 중국 내 조직·개인과 거래·협력 활동이 금징된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미국이 중국 해사·물류·조선업에 대해 301조 조사와 조치를 취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했으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는 이러한 미국 정부 관련 조사 활동에 도움을 주고 지원했다고 중국 상무부측은 주장했다. 이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으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 관련 기업이 사실과 다자간 경제·무역 규칙을 존중하고, 시장 경제와 공평 경쟁 원칙을 준수하기를 촉구한다”며 “가능한 빨리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재계와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한국 정부는 물론 한화오션도 파악하지 못한 채 발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중국이 희토류 수출과 관련한 통제를 강화할 때만 해도 우리측 대화 라인을 통해 사전에 교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제재는 기습적으로 나온 것이다.

    지난 4월부터 관세 갈등을 벌이고 있는 미·중은 최근 조선과 해운 분야에서 잇달아 충돌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지난 중국 기업이 운영·소유한 선박에 순t(NT·선박 총무게에서 운항에 필요한 공간을 제외한 실제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무게)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고 2028년까지 점진 인상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달 14일로 예고된 입항 수수료 조치는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 조치에 대응해 중국 교통부도 이날부터 미국 선박에 대해 순t당 400위안(약 7만9700원)의 특별 항만 수수료 부과에 들어갔다. 부과 대상은 미국 기업, 조직, 개인이 소유권을 가졌거나 운영 또는 2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선박이다. 수수료는 2028년까지 점진적으로 상향된다.

    미국과 중국이 조선·해운업에 대한 견제에 들어간 상황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던 한화오션 자회사로 제재 불똥이 튄 것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예상 피해 규모는 나오지 않았으나 중국으로부터 원자재 등 수입이 일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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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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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맹국도 얽혀…다른 국가 피해 더 커질지 우려

    도널드 트럼프 1기와 2기 행정부 시절 미·중 관세 갈등이 불거진 후 이와 관련해 우리 기업이 직접 거론돼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악된다. 미·중 갈등의 여파가 제3국으로도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한화오션은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해 1억달러(약 1434억원)에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미국 조선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중국 선박에 대한 수수료 부과는 중국 조선업을 견제함으로써 마스가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기업을 중국이 직접 제재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특히 군함 제조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져 있는 곤경에 처한 조선 부문을 활성화하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또 “한화의 국내 라이벌인 세계 최대 조선소 HD현대중공업도 미국 조선소 인수를 위해 여러 회사와 협상 중”이라면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활동이 활발함을 언급했다.

    문제는 미·중 갈등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확산하면서 한국 등 다른 국가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정부측이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휴전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면서 “중국의 한 가지 위험은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희토류 및 해운에 대한 최근 조치로 인해 한국 같은 국가가 미국편에 서게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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