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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해상전쟁에 K자동차·해운업 불똥...관세 폭탄 이어 겹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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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14일부터 中 선박에 입항 수수료
    현대글로비스 수백억 원 비용 가능성
    HMM 등 중국산 없지만 "업황 위기"


    한국일보

    1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평택=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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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14일(현지시간)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 톤(t)당 46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물기로 하면서 관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가뜩이나 관세 폭탄에 신음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물류비용 상승분까지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해운 업계 입장에서도 전체 물동량이 줄고 운임 실적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에 입항 수수료... 車업계 울상


    앞서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소유 해운사 선박(컨테이너선)이 미 항구로 들어올 경우 t당 50달러(약 7만2,000원)의 입항료를 14일부터 징수하기로 했다. 자동차 운반선의 경우 중국뿐 아니라 외국에서 만든 모든 운반선을 대상으로 톤당 46달러(약 6만6,000원)를 부과하기로 했다. 당초 USTR은 4월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CEU(1CEU는 차 한 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당 1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6월 14달러까지 조정했는데 이를 다시 3배 이상 끌어올렸다.

    국내 최대 자동차 운반선사인 현대글로비스가 당장 영향권에 들었다. 현대글로비스가 운영 중인 자동차 운반선은 올 2분기(4~6월) 기준 96척이다. 이 가운데 30여 척을 미국 항로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운항 횟수로 따지면 연간 170회(2024년 기준)에 이른다. 약 2만 톤 규모 7,000CEU급 선박을 기준으로 입항료를 단순 계산하면 한 번에 약 92만 달러(약 13억 원)의 수수료가 든다. USTR이 자동차 운반선당 부과 횟수를 연간 5회로 제한했지만 그럼에도 선박당 약 65억 원의 추가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연간으로로 따지면 부담액이 최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자동차 업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완성차 기업은 가뜩이나 일본, 유럽연합(EU)보다 10%포인트 높은 25% 관세를 물고 있는데, 물류비 상승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미국 측이 12월로 납부 유예기간을 설정한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자동차 운반선의 적재 및 운항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고 정부, 타 선사, 화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운사도 "운임 실적 악재로 작용" 예상


    국내 해운업계도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HMM 등 국내 해운사의 경우 현재 미국을 오가는 원거리 선박 중 중국이 만든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HMM이 보유한 중국산 선박은 총 4척인데 이는 아시아 등을 오가는 단거리 노선에만 운영된다. 미국 측 수수료 부과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조치가 글로벌 해운업계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는 크다. 해운업계 입장에선 무역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규제는 전체 화물 물동량 및 운임 실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물동량이 대폭 둔화된 상황에서 무역 장벽이 높아질수록 전체 해운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글로벌 해운 업계가 중국산 선박을 다른 식으로 운영하는 등의 선대 재배치 전략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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