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등 방미 예상
마러라고서 회동가능성…트럼프 방문도 관측
지난 2020년 당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참석한 최태원(왼쪽부터)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이번 주 잇따라 미국행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하는 700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 논의에 참석하기 위한 초청이 배경이지만, 시점상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와 맞물린 ‘지원 사격’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에게 미국 방문을 제안했다. 회동은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별장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깜짝 등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방미 시점은 공교롭게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워싱턴DC를 방문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진행하는 일정과 겹치기 때문이다.
현재 양국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금(약 3500억달러)의 운용 조건과 세제 인센티브 세부안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도 이 회장과 정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이 미국을 방문해 양국 협상 분위기를 뒷받침한 바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정책 보조 행보’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AI라는 기술 협력 외피 아래 사실상 경제안보 외교의 연장선”이라며 “정부 협상팀과 보조를 맞춰 투자·고용 효과를 부각하려는 전략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손 회장이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오픈AI, 오라클과 함께 미국 전역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으로, 총 투자 규모는 5000억달러(약 700조원)에 달한다. 손 회장은 프로젝트 공동 설립자이자 의장을 맡아 ‘AI 생태계의 새 질서’를 직접 설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방한 계기를 통해 스타게이트용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공급 협약을 체결했고, AI 데이터센터 설계와 차세대 반도체 연구에서도 손 회장 측과 협력 중이다. 이번 회동에서는 ▷AI 인프라 공동 투자 ▷전력·자본 조달 모델 ▷차세대 반도체 및 메모리 공급 체계 ▷AI 서버용 전력 효율 기술 등 구체적 협력안이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스타게이트는 단순한 기술사업이 아니라 ‘AI 공급망 동맹’을 형성하는 산업 외교 무대”라며 “우리 기업이 어느 위치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향후 글로벌 AI 시장의 주도권이 갈릴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손 회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의 깊은 인연도 관심의 대상이다. 손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당선 직후 마러라고에서 500억달러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친분을 맺었다. 이후 트럼프는 그를 ‘해결사(go-to guy)’라 부르며 남다른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 이번 회동 장소가 마러라고로 정해진 만큼, 트럼프의 재등판을 염두에 둔 상징적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손 회장과 트럼프, 그리고 한국 4대 그룹 총수가 한자리에 모일 경우, 단순한 사업 논의 이상의 정치·경제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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