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과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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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0억원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이에 따라 재산분할 금액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해 산정하게 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뇌물로 받은 불법 비자금을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 20억원은 최 회장의 상고가 기각돼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및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7년 7월 최 회장이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약 8년3개월 만이다.
2017년 7월 최 회장은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결렬되자 이듬해 2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위자료 3억원에, 재산분할로 최 회장이 보유한 에스케이㈜ 주식의 50%(약 1조 원어치)를 요구하는 맞소송(반소)을 내며 양쪽 소송이 본격화됐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인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지난해 5월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및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며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을 대폭 올리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에스케이 가치 증가에 피고(노 관장)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에스케이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등에 관해선 1991년경 (피고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원고 부친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한다. 이외에도 (노태우 대통령의) 무형적 기여가 있었다”며 에스케이㈜ 주식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봤다. 이에 두 사람의 재산 총액을 4조115억원가량으로 보고, 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처럼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300억원이 유입됐더라도 이 비자금의 출처가 뇌물로 보이는 만큼, 이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공동재산으로 보고 나눠 가져야 한다는 원심은 잘못됐다고 봤다. 앞서 노 전 관장 쪽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회장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300억원이 그룹 경영에 사용됐을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존재 자체를 인정했다.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불법 행위로 재산을 준 사람은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그 돈을 돌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민법 취지는 이혼을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 청구에서도 그대로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재산분할 근거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피고(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가 1991년 원고(최 회장)의 부친에게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며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노 관장)가 노태우가 지원한 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에서의 피고의 기여로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며 “결국 노태우의 행위가 법적 보호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피고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최 회장이 이미 처분해 보유하지 않고 있던 재산을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한 2심 판단도 틀렸다고 봤다. 최 회장은 2014년 8월 한국고등교육재단에 SK C&C 주식 9만1895주를, 2018년 10월 ‘최종현 학술원’에 에스케이㈜ 주식 20만주를, 2018년 11월 친인척 18명에게 에스케이㈜ 주식 329만주를 각각 증여했고, 2012년부터는 동생인 최재원 에스케이 수석부회장 증여 및 SK그룹 급여 반납 등으로 총 927억7600만원을 처분했다. 최 부회장의 증여세 246억원도 대납했다. 대법원은 최 회장의 이런 재산 처분은 SK그룹 경영권 확보나 경영자로서 원활한 경제활동을 위한 것으로 궁극적으로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2심 변론종결 때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재산 처분이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원고(최 회장)의 재산 처분은 원심이 인정한 혼인관계 파탄일인 2019년 12월4일 이전에 이뤄졌고, 원고가 에스케이 그룹 경영자로서 안정적인 기업 경영권 내지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혹은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행한 것으로서 원고 명의 에스케이 주식회사 주식을 비롯한 부부공동재산의 유지 또는 가치 증가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최 회장이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으로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20억원으로 산정한 원심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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