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공급·세제 등 근본 대책 필요" 역설
전재수 불출마 시사에 PK 판세도 안갯속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 첫날인 16일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에 따르면 이날부터 수도권·규제지역의 시가 15억 초과∼25억 원 미만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줄어든다. 15억 원 이하 주택은 지금과 같은 6억원이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내년 6월 지방선거 '압승'이 절박한 더불어민주당에서 부동산 민심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전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는 초강수 대책이 발표됐지만 치솟기 시작한 집값을 잡아두기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폭등은 서울 선거에 치명타일 수밖에 없기에 서울시장 출마자들은 부동산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반드시 탈환해야 할 부산시장도 유력 주자로 거론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불출마'를 시사하면서 여당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꼽는 최대 승부처는 역시 서울과 부산이다. 그동안 지방선거 판세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집권여당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최근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서울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안심할 수 없다"며 기류가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내란 척결 프레임은 수명을 다했다", "내년 지선 승패를 결정하는 건 결국 부동산과 경제"라는 것이다.
당장 서울시장 출마를 노리는 여권 정치인들 입장에선 부동산 민심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일단 '10·15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관망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공급대책이 후속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에선 불안감도 엿보인다. 출마 희망자들은 16일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때는 실이 많았지만, 지금은 판단하기 이르다"거나 "현재 시장에 응축된 에너지가 집값 상승으로 분출되는 것을 일정 부분 차단하는 효과는 있을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최소한 '가수요' 억제에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근본적 처방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마 희망자들은 "공급 대책을 통해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주는 게 우선이고, 수요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고 있기 때문에 세제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을 내놔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결국 이번 대책이 지속적 효과를 내기 위해선, 공급 확대와 세제 개편 등 후속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한 여권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집값은 안정적으로 하락해야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세금 정책 등을 쓰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보수화를 막기 위해선 '집값 하향'이 필수적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하락 유도' 카드를 꺼내기엔 역풍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오세훈(가운데)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열린 서울시-서울시 정비사업 연합회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민·관정책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권의 불안감이 커지는 틈을 타 국민의힘도 즉각 공세에 나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반시장적 수요억제대책은 일시적인 통증완화를 위한 마취제나 환각제로서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은 못 잡고 서민층과 청년층의 꿈만 부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맹폭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 간담회를 열고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가 군데군데 들어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민주당이 반드시 탈환해야 할 부산도 안심할 분위기가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부산시장 적합도 1위를 달려온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전날 출마 여부에 대해 "손톱만큼도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하기엔 수위가 높다"며 "부산이 그만큼 어려우니 전 장관도 고민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긍정 평가 역시 대구·경북(TK)을 제외하면 부산·울산·경남(PK)이 꼴찌인 수준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연말에 특검 정국이 종료되면 당도 민생·경제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겠느냐"며 "내란이 아니라 부동산을 포함한 민생·경제가 내년 지선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