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런웨이 올린 오혜진 美 카네기멜론대 교수·현박 디렉터
오혜진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사진 오른쪽): 컬럼비아대 컴퓨터공학 석사/ 카네기멜론대 언어정보공학 박사/ 카네기멜론대 로보틱스연구소 교수(현) 현박 기술 기반 아티스트(왼쪽): MIT Media Arts and Sciences 석사/ 카네기멜론대 로보틱스연구소 책임연구원(현) [윤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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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서울임팩트 아레나(제2공학관). 푸른 조명이 켜지자 LED로 얼굴을 빛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런웨이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곁에 선 모델과 시선을 교환하더니 매끄러운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런웨이를 걷는다. 객석에선 ‘와’ 하는 짧은 탄성과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를 본 네 발 보행 로봇은 빠른 보폭으로 몸체를 돌리더니 가늘고 긴 손을 들어 화답했다. 객석에선 또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 로봇패션쇼는 세계 최대 휴머노이드 학회(IEEE-RAS)와 서울시립대 창업지원단이 공동 주최한 프로젝트다. 로봇만으로 기획된 패션쇼는 사실상 세계에서 처음이다. 주제는 ‘공유된 피부(Shared Skin)’와 ‘이종 간 패션’(Cross-species Fashion). 중국 유니트리(Unitree) Go2·G1, 고려대 RILAB·DGIST IRLAB의 모모(MOMO), 프랑스 미로카이(Enchanted Tools) 등 쟁쟁한 로봇이 런웨이를 달궜다. 쇼는 미국 카네기멜론대 로보틱스연구소 오혜진 교수와 현박(Hyun Parke) 기술 기반 아티스트(아트 디렉터)가 기획·총괄했다. 이들은 인간의 인간성을 증대시키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연구에 천착(穿鑿)하고 있다.
오혜진 교수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휴머노이드가 무대 위를 걷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기술 발전으로 현실이 됐다”며 “로봇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성을 확장하는 문화적 존재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박 디렉터는 “휴머노이드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이 사회 속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안전 규제가 뒤따를 것이고 사람들은 로봇을 보호하고 꾸미고 싶어 할 것이다. 패션은 그 접점을 제공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박 디렉터가 이번 쇼에서 택한 주제는 ‘Over Armor’다. 이는 공기를 주입해 로봇 몸체를 감싸는 부드러운 외피다. 딱딱한 금속 구조를 보호하고 사람과 안전한 접촉을 가능하게 한다. 그는 “로봇은 관절이 단단하고 불규칙해 일반적인 바느질 방식 옷을 입을 수 없다. 평면 상태로 제작한 뒤 착용시키고 공기를 넣어 몸체에 밀착되도록 했다. 옷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로봇의 새로운 피부로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로봇을 보며 신기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낍니다. 우리는 그 양가적 감정을 무대 위에서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사회 집단의 등장이라는 점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안전과 미학, 과학과 상상력이 집약된 미래 사회 단편을 드러내는 또 다른 시도를 준비하겠습니다.” 오혜진 교수와 현박 디렉터의 포부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0호 (2025.10.15~10.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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