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연금과 보험

    61조원 굴리는 텍사스연금 CIO “韓시장, 글로벌 혁신 원천으로 나아가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상엽 TMRS CIO이 말하는 한국 시장

    韓경제, ‘잠재력의 시장’에서 ‘신뢰의 시장’으로

    “정책 일관성과 투명성이 신뢰의 핵심”

    “거버넌스 개혁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한국은 이제 단순히 잠재력이 큰 시장이 아니라, 장기 글로벌 자본의 핵심 투자처(core allocation)로 평가받을 수 있는 문턱에 서 있습니다.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글로벌 혁신의 원천(global originator)’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데일리

    김상엽 미국 텍사스 교직원연금(TMRS)의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애니카 김 특수상황투자 담당이사 (사진=김상윤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연기금 업계에서 손꼽히는 한국계 금융인 김상엽(Yup S. Kim) 미국 텍사스 교직원연금(TMRS)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은 17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 ‘두걸 그린하우스’에서 열린 한인창업자연합(UKF) 주최 ‘꿈(KOOM) 페스티벌’ 대담이 끝난 직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시장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인식이 단순한 기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장기 파트너’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김 CIO는 한국계 금융인으로, 세계 최대 연금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에서 사모투자(Private Equity) 총괄을 지낸 뒤, 현재는 TMRS의 투자 수장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와 사모투자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는 우선 “한국의 혁신 경제는 지금 결정적이고 흥미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며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엔지니어링 인재, 첨단 인프라, 그리고 빠르게 세계화되고 있는 창업가 집단을 갖고 있다”고 한국의 현 상황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은 단순히 다른 나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복제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과 브랜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단계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CIO는 “한국의 다음 기회는 기술적 정밀함과 문화적·창의적 강점을 결합하는 데 있다”며 “즉,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글로벌 혁신의 원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산업 트렌드를 만드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TMRS와 같은 대형 연기금이 한국 투자를 검토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무엇일까. 김 CIO는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TMRS 같은 장기 투자자는 안정성, 거버넌스, 전략적 적합성(strategic fit)에 초점을 둔다”며 “우리는 규제와 정책의 일관성, 현지 파트너의 품질과 이해관계의 정렬, 그리고 그 기회가 우리의 글로벌 투자 테마와 맞는지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은 반도체, 모빌리티, 디지털 콘텐츠 등 여러 분야에서 TMRS의 투자 테마에 부합한다는 게 김 CIO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인공지능(AI)와 반도체 분야에서 고급 컴퓨팅을 가능하게 하는 세계적 핵심 공급자”라며 “AI 언어 모델 허브가 미국과 중국으로 집중되는 가운데, 한국은 AI 배포를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부품, 응용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게 강점이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영화, 패션, 음악, 화장품 등 문화적 수출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소프트파워 형태로 자리 잡았고, AI가 인터넷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화 기반 산업은 오히려 한국의 장기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 CIO는 최근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제도적 변화가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관성, 투명성, 그리고 이해관계의 일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한국의 지배구조 개혁, 주주 보호 강화와 이사회 독립성 확대 등은 매우 긍정적인 흐름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의 연속성과 명확하고 표준화된 회계·감사 체계는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자신 있게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이런 투명성과 거버넌스 개선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글로벌 장기 자본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완전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김상엽 미국 텍사스 교직원연금(TMRS)의 최고투자책임자(CIO·왼쪽)와 애니카 김 특수상황투자 담당이사 (사진=김상윤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CIO는 이날 꿈 페스티벌 대담에서도 “한국은 이미 미래를 살고 있었다”며 “싸이월드, 온라인 게임 방송, 모바일 결제 등은 실리콘밸리보다 10년 빨랐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의 속도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와 확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향후 10년을 바꿀 키워드로 ‘인구·기술·지정학’을 제시했다. 또 “한국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신기술 수용자”라며 “이 강점을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CIO는 “한국은 기술·문화·금융이 결합된 전환점에 서 있으며, 순간(moment)이 아닌 지속적임 움직임(movement)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대담을 나눈 애니카 김 TMRS 특수상황투자 담당이사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혁신경제 속에서 진정한 경쟁우위, 즉 가격 결정력과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두 축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