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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연금과 보험

    "이거 다 해도 돈 한 푼 안 내요" 비싼 시술 줄줄이…자동차보험 줄줄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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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리포트]흔들리는 자동차보험 (下)

    [편집자주] 실손보험처럼 자동차보험도 소수의 과잉진료가 손해율 급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가 15년간 7조원을 넘는 가운데 올해도 6000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자동차보험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과제를 짚어본다.



    살짝 삐었는데 7개월 치료→700만원 타갔다…줄줄 새는 자동차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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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해등급별 인원 및 보험금 추이/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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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과잉진료는 본인부담금이 없는 보험 구조, 느슨한 심사 체계, 진료수가 기준의 불균형 등 제도 전반의 허점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다. 단순히 보험료 조정만으로는 손해율을 낮출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동차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본인부담금이 없다. 환자가 진료비 부담을 전혀 지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치료를 걸러낼 유인이 약하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고가 검사나 시술을 시행해도 환자 반발이 적어 과잉 진료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또 사전심사제도나 진료 항목 제한이 거의 없어 보험금 누수가 구조적으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사 체계 역시 건강보험보다 느슨하다. 건강보험은 진료 항목과 횟수별로 심사·삭감 기준이 정교하게 마련돼 있지만 자동차보험은 그렇지 않다. 경상환자 진료비 증가의 상당 부분이 한방 MRI, 다종 시술, 반복 진단서 발급 등 심사 사각지대에서 발생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2023년부터 경상환자가 4주 이상 치료할 경우 진단서를 추가 제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4주 초과 진단서 발급 인원은 2023년 18만5000명에서 2025년 6월까지 누적 65만2000명으로 3.5배 지속 증가했다. 진단서 18회 이상 발급자도 같은 기간 140건에서 8242건으로 대폭 늘었다.

    현장에서는 경미한 사고에도 장기 치료가 이어지고 있다. 50대 중반의 A씨는 수리비 44만원의 경미한 추돌 사고로 경요추 염좌 진단을 받고 8개월 동안 17차례 진단서를 제출해 700만원을 수령했다. 50대 초반 B씨는 수리비 80만원 사고 후 21차례 진단서를 발급해 113일간 치료받고 430만원을 받았다.

    문제는 이 구조를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진료 항목 심사 강화나 시술 기준 조정은 의료기관의 수익과 직결돼 의료계의 반발이 크다. 손해율을 낮추려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지만 정부의 보험료 안정화 기조 때문에 쉽지 않다. 제도 개선은 번번이 지연되고 있지만 지난 4년간 자동차 보험은 사실상 정부의 압박으로 매년 인하돼 왔다.

    이 같은 구조가 장기화하면 단순한 재무 부담을 넘어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험사들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담보 축소나 보장 범위 축소, 보험료 차등 강화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보험은 모든 운전자가 가입해야 하는 사실상의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어 시장 왜곡이 사회 전체로 확산할 위험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진료 항목별 기준이 정교하지만 자동차보험은 제도상 공백이 많다"며 "지금처럼 방치된다면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손해율을 막을 수 없고 담보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험금 누수 막을 車보험 제도 개선, 또 제동...소비자 부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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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사고 보상 체계 합리화 방안과 쟁점/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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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보험 적자 해소가 시급하지만 정작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은 더디다. 자동차사고 경상환자의 장기치료(8주 이상) 타당성을 입증하는 방안을 두고 한의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정부 당국도 한발 물러섰다. 자동차 보험료가 인상되고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커졌다.

    19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동차보험 보상 체계 합리화 방안이 재검토될 전망이다.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보험사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이번 개정안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개정안을 재검토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국토부와 금융위는 지난 2월 근거 없이 남발됐던 향후치료비의 지급 기준을 강화하고,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하는 장기치료를 받을 경우 보험사에 추가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동차보험 보상 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험사기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정비업자의 사업 등록을 취소하도록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일부 정비업체의 과도한 수리비 청구가 보험금 누수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가장 큰 쟁점은 경상환자의 8주 이상 치료 적정성을 보험사가 판단한다는 부분이다. 보험업계는 한방병원 중심의 경상환자 과잉 진료가 보험금 누수를 유발한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환자로부터 8주 이상의 추가 치료 필요성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받아 그 여부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가 보험사 검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중립적인 조정 기구가 이를 심사해 치료 기간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 부분에서 한의사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됐다. 한의계는 보험사가 교통사고 피해자의 치료 기간과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의료 전문성이 없는 보험사가 '셀프로 심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8주'라는 기간의 기준도 모호하다고 비판한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같은 염좌라고 해도 심하면 1~2달 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같은 상병이라고 해서 똑같이 치료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소위 '나이롱환자'들은 장기로 치료하지 않는 데다가 8주가 넘어가는 사람은 정말 많이 아픈 경우"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안에 관계 법령과 약관을 개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토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재검토 의지를 밝히면서 발표 내용대로 제도가 개선될지 불투명해졌다. 한의계를 중심으로 한 거센 반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국토부 의견이 있었으니 고민과 협의를 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단체의 반발 속에 자동차보험은 전 국민에 영향을 끼칠수 있는 사항"이라며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공론화하고, 신중한 판단을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밝혔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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