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포함 5명 무더기 구속영장…지휘 계통 따라 단계적 가담
23일 구속심사서 증거인멸 강조…발부되면 尹 수사 본격화 전망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20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관련자 5명에 대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채상병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확인한 데 따른 조처다. 2년 넘게 의혹으로만 무성했던 의혹의 실체와 전모가 수사 과정에서 상당 부분 드러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검팀은 특히 이 과정에 대통령실과 국방부·해병대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파악함에 따라 의혹의 최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검팀이 이날 청구한 5인의 구속영장에는 대통령실에서 국방부, 해병대로 이어진 단계적·조직적 외압 지시 및 이행사항이 적시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검팀은 수사외압 과정 전반을 주도한 주범으로 이종섭 전 장관을 지목했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ㆍ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
정민영 특검보는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주요 피의자들이 물적 증거를 없앤 정황을 확인했고, 피의자들이 진술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여 시간이 흐른 만큼 통화·메시지 내역 등 물적 증거들이 상당수 훼손·삭제됐으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피의자가 자신의 입장을 공유하고 다른 피의자들이 이를 기반으로 입을 맞추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앞서 영장 청구 대상이 된 피의자들은 5∼9차례 특검의 소환 조사에 응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오는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보다는 증거인멸 우려를 내세워 구속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피의자들이 수사받은 내용을 공유한 정황, 이를 기반으로 진술이 짜 맞춰진 정황을 강조하며 외부 정보로부터 차단한 상태에서 조사받아야 할 필요성을 법원에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7월 차례로 출범한 3개 특검을 통틀어 피의자 5명에 대해 한꺼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정 특검보는 "이 사건은 여러 사람한테 지시가 말로 전달되는 구조"라며 "한 사람의 혐의를 떼어내 영장을 청구하기 어려운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외압 지시가 대통령실에서 국방부, 해병대 지휘계통으로 단계적·조직적으로 전달되는 구조인 만큼 한 피의자의 혐의가 다른 피의자의 혐의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검팀은 영장 발부 여부를 확인한 뒤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피의자 신분으로 해병특검 출석 |
특검팀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로 채상병 수사 외압·은폐 의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처음으로 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그간 이첩 보류 지시, 수사 기록 회수 등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직권을 남용했다면 침해된 권리가 무엇인지 등을 두고 해석이 엇갈린 만큼 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쏠린다.
직권남용 혐의는 공직자가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된다. 법리 구성이 까다로워 기소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유무죄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
특검팀은 수사 외압으로 볼 수 있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해병대 수사단, 경북경찰청, 국방부 조사본부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봤다.
그 중심에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이 전 장관이 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권한을 침해한 것은 물론 경찰 이첩을 한차례 결재했다가 번복함으로써 해병대 수사단의 정당한 업무 행위가 침해됐다고 봤다.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에 대해 항명 혐의 수사를 지시하고 체포·구속을 시도한 것 역시 특검팀이 구성한 직권남용 범죄사실의 한 부분이다.
이 밖에도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개시권이 생긴 경북경찰청의 권한을 침해했으며,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혐의자를 축소하도록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봤다.
'이종섭 측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해병특검 출석 |
이들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증거인멸이나 피의자 간 '말맞추기' 가능성을 차단한 상태에서 추가 보완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정점의 의사결정권자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마지막 단계의 수사가 자칫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7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첫 신병확보 시도가 한차례 무산된 만큼 두 번 연속 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 기간을 한 달가량 남겨둔 상태에서 막판 수사에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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