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 도중 화면에 띄워진 ‘서울 대림역 인근 혐중 시위’ 참가자의 발언. 국회방송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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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의 학교 인근에서 벌어진 ‘혐중 시위’를 두고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짱X는 북괴’ 등 혐오 발언이 난무했던 집회를 ‘반중 시위’라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혐중 시위’가 맞다고 맞섰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인근에서 혐오 시위가 벌어질 경우 시위대와 학생 간의 동선을 분리하는 등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0일 서울특별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인천광역시교육청 등 수도권에 있는 교육청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진행한 ‘혐오 중단 캠페인’에 대해 비판했다. 정 교육감은 지난달 중국동포 등 이주배경 학생이 많은 구로에서 혐중 시위가 열리는 것과 관련해 인근 학교의 안전을 점검하고, 구로의 한 중학교 학생들과 혐중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 캠페인을 벌였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교육감이) 젊은이들이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시위인데 반인종적 시위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에 놀랐다”며 “반미 시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죽창가’ 게시글을 언급하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죽창을 들자’ 이런 것을 들고 나오면 일본에 대한 혐오 반대 캠페인도 하겠냐”고 지적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도 “교육감은 어떤걸 혐오라고 판단하고 혐오 시위 중단 캠페인을 한 거냐”며 “지금까지 일어났던 국내의 수많은 반미 시위는 혐오 시위냐”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김민전 의원의 발언은 “부적절하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회의가 잠시 정회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시위가 인근 이주배경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혐중 시위가 맞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혐중으로 금지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만 1년간 110건”이라며 “‘짱X는 북괴다! 한국에서 우리 국민들을 죽이고 칼부림 한다. 중국 나가라’, ‘빼앗긴 땅 대림동’ 등 이런 발언이 시위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영등포의 어느 중학교 앞 사거리에 ‘유괴·납치·장기적출, 엄마들은 무섭다’와 같은 현수막이 버젓이 붙어 있는게 문제라는 지적을 계속 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혐오의 표현들이 이런 지경까지 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다문화 청소년들이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면 삶의 만족도나 학교 적응, 자살 위험에도 영향을 준다는 많은 연구가 있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하는 것”이라며 “다른 건 몰라도 학생들이 다니는 곳만큼은 (시위를) 막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학교는 혐오 없는 존중의 공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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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교육감은 “일반적인 맥락에서 반중, 반일, 반미 시위 이런 걸 전부 다 혐오시위라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사실에 입각해 특정한 국가 간 정책의 차이를 비판하는 경우와 혐오라는 개념은 상당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지역의 교육장과 학교 교장 등이 이런(혐중)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응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혐오 집회를 막기 위해 교육청·지자체·경찰 간 협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날 고민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시교육청은 집회가 예고될 경우 집회 일정과 장소를 경찰로부터 공유 받는다. 학교는 시위대와 학생이 마주치지 않게 대체 동선을 확보하고, 교육활동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각 가정에 다국어로 된 시위 관련 가정통신문을 제공하기로 했다. 집회 당일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교내의 안전한 공간으로 학생들을 즉시 이동시키고, 피해를 입거나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은 상담교사나 기관에 연계해 도움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고민정 의원이 발의 예정인 학교 앞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혐오 시위를 제한하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도 “학생의 보편적 학습권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가 민주 시민으로서 존중·협력·평등의 가치를 함양하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돼 발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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