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파주/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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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권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연락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김 위원장 쪽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직 미 국무부 고위관료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정책 변경 가능성도 높게 평가한 그는 ‘지난 5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대중 강경연설 직후 백악관이 그에게 우려를 표했고, 대중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백악관 및 국무부에서 아시아 외교 관련 업무를 다뤘던 전직 고위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20일(현지시각) 오전 워싱턴에서 미국 주요 언론 및 한국·일본·인도 아시아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브리핑에 참석한 한 국무부 전직 고위 관료는 “당시 큰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트럼프 팀은 정권 인수기 동안 김정은과 접촉하려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트럼프 대통령 주변 고위 인사들이 ‘김정은에게 편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유엔 경로를 통해야 하나?’ 등의 질문을 계속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김정은은 트럼프의 접근에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북한은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할 이야기가 많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화에 관심이 없다’라고 했다. 매우 영리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개발형 북한 재건’ 구상에 집착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하지 않았던 4년 동안에도, 가끔씩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제재한 것과 관련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출신 전직 고위관료는 “중국이 ‘반외국 제재법’을 실제로 무기화한 첫 사례”라며 “미국의 규칙을 따르는 외국 기업들은 앞으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성 시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수사적으로 완화하겠지만, 실질적 완화는 전혀 원하지 않는다”며 “이번 제재도 절대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전직 국무부 고위 관료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베이징의 입장에 맞춰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는 대만뿐 아니라 일본, 한국, 유럽, 호주에도 매우 중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출신 전직 고위관료는 “1기 시절 트럼프가 시진핑과 대화에서 ‘나는 대만에 신경 쓰지 않는다’, ‘평화적 통일을 협상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는 소문이 있다”라며 “트럼프 팀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에서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로 바꾸는 정도는 큰 차이가 아니라고 스스로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중국은 즉시 대만으로 가서 ‘너희는 미국의 지지를 잃었다’고 선전할 것이고, 이는 대만 내부 정치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관련해 기자의 질문을 받고 “중국은 그런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대중 정책 관련해선 ‘재무부가 중심인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무부 전직 고위 관료는 “현대 미중 관계사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대중 관계가 백악관이 아닌 재무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과거에도 재무부가 일정한 역할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면적으로 주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루는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주중 대사 등 세 사람”이라며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고위급 수준에서 중국 전문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국가안보회의는 대중 정책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마코 루비오의 이름은 중국 관련 사안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지난 5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중국 간 우려를 다소 과시적인 어조로 언급한 연설을 했을 때, 백악관이 그 연설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며 “그 이후로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 문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기존의 대중 강경파들이 거의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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