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공개 의견수렴…이해관계자 의견 300건 대부분 '반대'
"거론되는 대체 물질이 독성 더 강해…대량 생산도 어려워"
손 소독제 병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0.08.28.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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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유럽연합(EU)이 손 소독제를 비롯한 필수 의약품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에탄올을 인체 유해물질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의료계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0일 유럽화학물질청(ECHA) 산하의 한 실무그룹에서 내부 보고서를 통해 에탄올을 인체 독성 물질로 분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에탄올이 암과 임신 합병증 위험을 높여 세정제 등에서 대체돼야 한다는 것이다.
ECHA 생물살균제 활성물질 심사위원회는 다음 달 24~27일 회의를 열고 에탄올을 인체유해물질로 분류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위원회가 EU 집행위원회에 권고안을 제출하면, 최종 결정은 집행위가 내린다.
ECHA는 "전문가 위원회가 에탄올을 '발암성'으로 결론 내릴 경우 대체를 권고할 것"이라며 "예상 노출 수준이 안전하다고 판단되거나 대체물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일부 목적으로는 사용이 계속 승인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계와 산업계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클린 호스피탈 네트워크'의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제네바대학교 세계보건연구소의 알렉산드라 피터스 박사는 "의료 관련 감염 사망자는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로 인한 연간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며 "특히 알코올 기반 손 소독제를 이용한 손 위생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1600만 건의 감염을 예방한다"고 말했다.
또한 "에탄올의 대체 물질로 거론되는 이소프로판올은 오히려 더 독성이 강하다"며 "비누로 반복 세정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부 손상이 발생하며, 소독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간호사들이 수술 중 매 시간마다 30분을 손 씻기에만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에탄올의 장점 중 하나는 거의 모든 원료에서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코로나19 때처럼 긴급 상황에서 손 소독제를 대량 생산하는 경우 매번 에탄올이 쓰이며, 양조장을 이소프로판올 공장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국제비누·세제·청소용품협회 EU 사무국장 니콜 베이니는 "에탄올 자체에 대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인간 대상 데이터는 오직 알코올음료 섭취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만 나온다"고 내부 보고서의 과학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했다.
ECHA의 내부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ECHA는 올해 초 에탄올 금지의 타당성에 대한 공개 의견수렴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접수된 약 300건의 이해관계자 의견 대부분이 금지 조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만약 에탄올이 유해물질로 공식 등재된다면, 기업들은 대체 물질이 없는 경우를 근거로 개별 예외를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베이니는 "예외 허가는 최대 5년 한시적, 사례별 검토로 진행되며 비용과 행정 지연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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