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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美, 관세 협상 교착 속 빅테크 민원 쏟아내… “공정위 규제, 美기업 위축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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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단 보고서 “공정위 규제, 한국 내 美기업 위축시켜”

    애플·쿠팡·MS 등 거론하며 ‘부당한 표적’ 주장

    “향후 10년 간 양국에 1조 달러 넘는 손실" 경고

    美정치권, 무역 갈등 국면 속 한목소리 엄호 나서

    美빅테크, 국내서 상응하는 책임 안 진다는 비판도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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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이 관세 협상을 3개월째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 틈을 타고 미국 일각에서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우리 경쟁 당국의 규제 조치에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형 로펌 변호사 출신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공정위가 플랫폼법 등을 통해 자국 기업을 옥죄려 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실제로 지난 4월부터 계속된 무역 협상에서 이를 ‘비(非)관세 장벽’으로 명명(命名)해 개선을 압박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추종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선 우리 경쟁 당국의 각종 규제가 “중국만 이롭게 하는 것”이란 논리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수 성향 경제 방송인 폭스비즈니스 뉴스는 21일 정책 입안자들에게 비관세 장벽에 대해 교육하는 비영리 단체 ‘컴페테레 재단(Competere Foundation)’의 신규 보고서를 소개했다. 연구 내용을 보면 “미국 테크 기업을 겨냥한 엄격한 경쟁 규정이 향후 10년 동안 양국에 총 1조달러(약 1432조원)가 넘는 경제 성장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기업은 5250억달러, 한국 중소기업들은 약 4690억달러를 각각 손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공정위의 공격적인 규제 집행이 미 기술 기업들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컴피티어 재단의 샨커 싱햄 회장은 언론에 “한국의 경쟁 당국이 애플·쿠팡·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미국 기업의 자유로운 운영을 막으려 애쓰는 동안, 우리 연구에 따르면 한국 자체도 10년 동안 약 4690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한국 중소기업이 입는 상당한 피해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조치는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무역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미국 가정에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안겨줄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관세 협상 교착 속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내 각종 이익 단체들이 여러 경로로 우리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평소 갖고 있던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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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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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는 공정위가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모델로 삼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 금지법(OPMA)’을 언급하며 “임의적 기준을 통해 미국 기업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면서도 정작 한국의 재벌이나 중국 주요 경쟁사들은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설계했다”고 비판했다. 또 구글·애플·메타·넷플릭스 등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언급하며 “카카오 등 국내 경쟁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한국 내 서비스가 제한되는 것 ▲쿠팡이 ‘업계 표준’인 알고리즘 상품 배치를 이유로 지난 2023년 약 1억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가 구독 취소 약관에 대해 조사를 받은 것 등이 사례로 적시됐다. 구글의 경우 관세 협상 국면에서 200만명이 넘는 대형 유튜버까지 동원해가며 국내 지도 반출과 관련해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미국이 빅테크에 대한 우리 경쟁 당국의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일부 법안의 경우 압박을 통해 폐지를 관철시킨 전례도 많지만, 국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이 기업들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국내 통신사(ISP)들이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통신망을 유지·보수하고 있고, 네이버·카카오 등이 망 이용 대가로 수백억 원을 지불하고 있는 반면 구글·넷플릭스 등은 이른바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우며 사용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이스라엘 등에서 정밀 지도 반출이 제한된 상태고, ‘중립적 표기’를 내세우면서도 일본해·다케시마 표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다만 그리어를 비롯한 트럼프 주변 일부 인사나 미 상공회의소 등이 우리 경쟁 당국에 갖고 있는 문제 의식이 크고, 무역 갈등 국면을 이용해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내고 있어 빅테크 ‘민원 해결’ 차원의 압박은 추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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