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0 (수)

    이슈 국방과 무기

    북한판 ‘괴물 미사일’ 가능성… 美에 비핵화 대신 군축협상 압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APEC 앞두고 단거리미사일 도발

    조선일보

    북한 지대지 전술유도탄 KN-23 발사 모습./노동신문 늇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2일 북한의 지대지(地對地)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탄도미사일 도발이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8월 23일 ‘신형 반항공미사일’ 시험 사격을 하면서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시작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이 도발을 통한 메시지 발신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29~30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미·북 정상의 ‘깜짝 회동’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美 자극 않고 단거리로 韓 겨냥

    군 당국의 초기 분석 결과, 북한이 이날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함경도 내륙으로 발사한 미사일에서는 방향이 불규칙하게 바뀌는 등의 변칙 기동은 식별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변칙 기동은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징이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마’일 가능성은 조금 낮다고 보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화성-11마’를 시험 발사했지만 기술적 문제로 변칙 기동이 관찰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를 예의 주시하면서도, 그보다는 지난해 처음 발사했던 고중량 고위력 SRBM ‘화성-11다’의 개량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의 탄두를 키워 4.5t짜리 고중량으로 개량한 뒤, 지난해 7월 1일 ‘화성포-11다-4.5′란 이름으로 처음 발사했다. 우리 군 현무 미사일처럼 탄두 중량을 늘린 형태로, 현무-4급에 대응되는 무기 체계로 알려졌다. 이 최신형 SRBM을 또 한 번 개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SRBM은 최대 사거리가 1000㎞ 미만으로 대남 공격용 무기 체계다. 북한이 미국 본토나 괌 등을 위협하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대신 한반도만을 타격권으로 하는 SRBM을 발사한 것은 미국은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한반도 내 긴장 고조 등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올 들어 북한이 쏜 5차례 탄도미사일은 모두 중·단거리였다.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지난해 10월 31일 ‘화성-19형’ 시험 발사가 마지막이었다. 군 소식통은 “신형 ICBM인 화성-20형은 미·북 대화 향배가 결정된 이후에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이날 SRBM 발사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단거리 미사일을 수출할 것을 염두에 둔 성능 시험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北 비핵화 전제 대화 관심 없어”

    북한이 현재로선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메시지를 미사일 발사로 표현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케빈 김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팀’이 서울에 체류하면서 미·북 정상회담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사일 도발을 통해 메시지를 주려 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북 회담을 하려면 한미가 선제적으로 향후 연합 훈련을 중단하는 등 ‘선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이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가 아닌 ‘군축 협상’이라는 북한의 조건을 미국이 받아들이겠다는 명시적인 입장을 내놓으라는 취지일 수도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APEC 직전이 아닌 일주일 전 미사일을 쏜 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지나친 도발 행동으로 보이지 않도록 조절한 것”이라며 “당장은 미·북 대화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핵 무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고 했다.

    북한은 미·북 회담이 열리더라도 ‘비핵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중요 연설’에서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단언하건대 우리에게서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군축 협상’이 아니라면 미국과 마주 앉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미국이 먼저 양보를 하라’는 뜻에서 도발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지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