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날수록 신고 건수 늘어
대부분 '정치 성향' 뚜렷한 집회
단체끼리 충돌·과격 양상 우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가 23일 APEC 정상회의 주 행사장인 경북 경주시 신평동 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 앞에서 집단해고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경주=김정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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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닛토덴코의 횡포를 알리겠다."
23일 오전 10시 경북 경주시 신평동 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 앞에서 붉은 조끼를 입은 30여 명의 시위대가 미리 준비한 현수막을 펼치고 구호를 외쳤다. 하이코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주 행사장이다.
시위에 나선 이들은 경북 구미시의 외국인투자기업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해고된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 2022년 집단해고 후 600여 일간 고공농성 등 항의 시위를 벌였지만 사태 해결에 진전이 없자 '한국옵티칼 투쟁 승리 APEC 투쟁단'이란 이름으로 별도 시위대까지 꾸려 경주를 찾았다. 투쟁단 관계자는 "정치권이 문제 해결을 약속해 600여 일의 고공농성을 마쳤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해고 노동자들은 거리를 헤매고 있다"며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국적 기업 자본은 국제사회의 압력만이 통제할 수 있다고 보고 APEC에 맞춰 집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들을 포함해 이날 기준 13개 단체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에 집회·시위를 신고했다. 정상회의가 끝나는 다음 달 1일까지 경주에서 16건의 크고 작은 집회를 열 계획이라 경찰 등 관계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은 정상회의 일정이 시작되는 오는 28일부터 보문단지 등 경주 주요 지점에서 차량을 통제하기 때문에 시위나 집회가 행사 자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장소가 황리단길, 대릉원, 경주역처럼 도심에서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곳이라 교통체증 등이 우려되고, 신고를 하지 않아도 가능한 1인 시위까지 합치면 하루 3, 4건씩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옵티칼하이테크 투쟁단 집회가 열린 하이코 앞에서도 국내 대기업 건설사의 택지개발사업 중단에 반발한 시민 2명이 100여m 간격으로 떨어져 각자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자유대학과 부정선거방지대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개천절인 3일 정부 규탄 집회를 열고 서울 종로를 따라 행진하며 차이나 아웃(China Out)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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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예고한 단체 대부분 정치 성향이 뚜렷해 단체 간 충돌이나 시위가 과격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8일 서울 이태원 등에서 '차이나 아웃' '짱깨(중국인 비하 표현) 반대' 등의 구호를 내걸고 반중 시위를 벌인 보수단체 자유대학은 27일부터 30일까지 황리단길 인근 도로에서 2,000여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일부 단체는 한미 통상 갈등과 관련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반미 시위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 관계자는 "밤낮없이 애써 준비했는데 경주 이미지가 손상되고, 외교문제로 확대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집회 관리와 교통 통제를 위해 전국 87개 기동대 등 일일 최대 1만9,000여 명을 투입해 만일을 대비한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고 단체들이 아직은 경찰 안내에 잘 협조하고 있다"며 "세계 최정상들이 참석하는 국제행사인 만큼 철저히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경주=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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