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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문학은 통계와 각주가 채우지 못하는 틈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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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낯선 이를 알아보기 - 팔레스타인과 서사에 관하여'

    뉴스1

    [신간] '낯선 이를 알아보기 - 팔레스타인과 서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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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팔레스타인계 영국 작가 이사벨라 함마드가 컬럼비아 대학교 '에드워드 사이드 추모 강연'에서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학과 정치, 타자와 서사의 윤리를 정면으로 묻는 책을 내놨다.

    '낯선 이를 알아보기 - 팔레스타인과 서사에 관하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나그노리시스'(인지/깨달음) 개념을 불러내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끝'이 아니라 '전환점'으로 읽자고 제안한다.

    함마드는 문학이 근본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으로 되돌아간다. '아나그노리시스'의 순간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다수의 드라마와 소설에서 전환점은 '정체의 폭로'나 '오해의 해명' 같은 극적 장치로 나타나지만, 함마드는 그 순간을 윤리적 사건으로 재정의한다.

    타자와 세계가 내 판단을 비껴가며 보여주는 저항, 그 앞에서 내 무지가 드러나는 난처함의 찰나. 그는 "문학적 아나그노리시스란 속죄의 순간이 아니라, 한계나 오류와 마주치는 난처한 순간에 가장 진실하게 느껴진다"고 쓴다.

    함마드는 "우리가 소설에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성취는 계시나 계몽이 아니라, 지식이 닿을 수 없는 한계를 노출하는 것"이며 "그 노출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상의 타자성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마드는 '서구 제국주의의 연장선상에 놓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 이후 '자기방어'를 주장했지만, "이미 점령한 인구 집단을 상대로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명분이라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문학의 역할'을 둘러쓴 함마드의 언어는 차분하지만 단호하다. 소설가의 직관은 통계와 각주가 채우지 못하는 틈을 겨냥한다. 그 틈은 때로 우리의 무지이지만, 동시에 가능성의 문이기도 하다.

    △ 낯선 이를 알아보기 - 팔레스타인과 서사에 관하여/ 이사벨라 함마드 지음/ 강동혁 옮김/ 민음사/ 1만 3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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