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이후 첫 외국인 유가족 회견…"한국 안전하다 했는데"
정부 대응 의문점 쏟아낸 유족들…"전 대통령 때 왜 조사 않았나"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10.29이태원 참사 기억 소통 공간 '별들의집'에서 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가족 내외신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5.10.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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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윤하 유채연 기자
"참사 당일 저녁에 이태원에 경찰이 충분히 배치됐는지, 아름다운 청년들이 세상을 떠나는 참사가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3년 전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노르웨이 국적의 에릭 에벤센 씨는 속에 쌓여있던 의문점들을 토해내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에벤센 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그날 저녁 신고 전화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는지, 과거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왜 3년 전 그날엔 발생했는지 궁금하다"며 눈물을 삼켰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서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참사 이후 외국인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첫 간담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태원 참사의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란, 러시아, 중국, 일본 노르웨이, 미국, 스리랑카, 오스트리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프랑스, 호주 등에서 온 유가족들은 지난 24일 이재명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유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시신을 방부 처리해 운송하게 된 과정을 비롯해 왜 참사가 일어났는지, 경찰이 충분히 배치됐었는지 등 참사 전후의 상황에 대한 의문을 쏟아냈다. 참사 발생 직후 한국 정부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단 비판이 나왔다.
에벤센 씨는 "참사 이후 대사관과 (희생자가 다니던) 학교의 협조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메시지도 받은 게 없다"며 "유족들 외엔 한국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10.29이태원 참사 기억 소통 공간 '별들의집'에서 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가족 내외신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5.10.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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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적의 소마예 모기미 네자드 씨의 언니인 마나즈 모기미 네자드 씨는 "제 여동생은 이란의 최고 대학인 테헤란대학교에 입학했고 전국 10위 이내에 드는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으며 여러 논문을 작성했을 정도로 한국 탐구를 좋아했던 학자"라며 "제 동생의 시신 역시 방부 처리돼서 고국에 돌아왔는데, 이렇게 돌아온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참사 당일 왜 경찰 인력이 부족했는지, 왜 긴급구조 인력 배치가 안 됐는지, 그리고 왜 정부가 희생자 가족들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아서 이란 유족들이 TV에서 뉴스를 보고 이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는지 등 몇가지 질문을 갖고 있다"며 "이란에서 공부하던 한국 유학생이 이런 참사에서 희생됐다면 이란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적의 게네고 리마무 씨의 유가족은 "프랑스에선 이태원 참사 때와 같이 사람이 많이 몰릴 상황에선 경찰들이 제재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6개월 정도 공부한 제 조카도 이태원 길가, 지하철에 방어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카자흐스탄 국적의 세르니야조바 다미라 씨는 "(언니인) 마디나가 항상 한국이 안전하다고 믿고 말했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유가족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는지와 책임자가 누군지 등에 대한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러시아 국적의 김옥사나 씨의 어머니는 "왜 지난 3년 동안 아무 조사도 안 했고, 이런 사실이 조사되지 못했는지 궁금하다"며 "전 대통령 때 왜 조사하지 않았는지 궁금하고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대통령실 자료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서 봉인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희생자 알리 파라칸드 씨의 고모인 마나즈 파라칸드 씨는 "이제 와 특조위 등을 만들어 조사하는데 그동안 뭐 했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이태원 참사에 대해 15년 동안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얘기가 사실인지, 정보 공유가 안 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특조위 조사 결과 등을 전달받을 예정이다. 다부드 라스트마네쉬 씨는 5살 차이가 나는 여동생을 회상하며 "엄마한테 동생이 '나 끊어야 한다. 핼러윈 간다'고 말한 게 마지막이었다"며 "이번에 특조위에서 조사해서 유가족들에게 결과를 통보해드릴 거란 말과 함께, 최종 결론이 나오면 알려주겠단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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