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도신문 등으로 허위자백”
옥살이 부녀 “기 막히고 억울하다”
지난 2009년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백모(71·오른쪽)씨와 딸(41)이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심 선고 공판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형 선고 이후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의 강압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면서 지난 2023년 재심이 결정됐다. 2025.10.28 광주=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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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강압 수사와 유도 신문 피해를 주장해온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피고인들에게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유죄 판결로 복역한 지 15년 만이다. 광주고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이의영)는 28일 살인 및 존속살인 혐의로 기소된 백모 씨(67)와 딸(41)에 대한 재심에서 “검찰 수사가 적법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지만, 이날 판결로 원심이 모두 뒤집혔다.
백 씨 부녀는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의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를 섞은 막걸리를 주민들에게 나눠 마시게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자 중 1명은 백 씨의 부인이었다. 검찰은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으며, 아내이자 어머니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불리며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1심은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어 중형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이 지난해 9월 “검사의 직권남용 정황이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를 확정하면서 사건은 광주고법으로 돌아왔다.
재판부는 이날 “주요 증거였던 자백은 검찰의 유도 신문과 강압 수사로 만들어진 허위 진술”이라며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았고 변호인 참여권도 보장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중퇴로 문맹에 가까웠고, 딸은 경계선 지능 상태였다. 재판부는 “검찰이 진술을 왜곡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자필진술서 작성에도 검사나 수사관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또 “범행 동기나 수법 관련 진술조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신빙할 만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뒤 백 씨 부녀는 광주지법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가 막힌다. 억울함은 말로 못 한다”, “검찰이 이렇게 수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가족과 변호인은 “검찰이 사과하고, 이제라도 진범을 찾아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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