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울 구로구 스마트도시 구로통합운영센터 가보니
서울시, 지역 맞춤 시나리오로 오탐 해결…정확도 2배로
정부, 전 자치구 100% 보급키로 했으나 도입 '천차만별'
"실용성 낮아" AI 학습플랫폼 구축 등 계획 선회도
과거가 바꾼 현재…지능형 CCTV로 月 60건 사건·사고 해결
서울 구로구 스마트도시 구로통합운영센터에서 관제사들이 지능형 CCTV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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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이데일리가 방문한 서울 구로구 스마트도시 구로통합운영센터에는 실시간으로 CCTV 영상을 분석하는 관제요원들이 있었다. 한쪽 벽면은 CCTV 영상 수십 개를 동시에 보여주는 스크린으로 채워져 있었고 영상 속 한 남성이 갑자기 길 한복판에 누웠다. 한동안 이 장면을 비추던 CCTV가 화면에 ‘쓰러짐’이란 문구를 띄우자 관제요원들은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응급상황 여부를 확인했다. 오정석 서울시 스마트CCTV 팀장은 “문제가 진짜 있는지 확인하고 오류라면 재발이 없도록 CCTV를 학습할 방법을 다 같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지능형CCTV가 서울 구로구의 한 길가에 쓰러진 남성을 포착하고 있다. (사진=이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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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CCTV 11만 6699대 중 37%(4만 3249대)를 지능형 CCTV로 운영하고 있다. 지능형 CCTV는 현장을 촬영하기만 하는 일반 CCTV와 달리 AI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해서 쓰러짐이나 폭행 등 10가지 이상 동작을 탐지해 알려준다. 관제요원은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면서 문제가 포착된 영상을 경찰 등 유관기관과 논의해 후속 대응을 돕는다.
지능형 CCTV는 도입 초기에 오작동이 빈번했다. 사람이나 사물의 존재를 단순하게 인식해서 방역차의 연기를 화재로 판단하거나 쓰러진 나무를 사람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관제요원은 하루에도 수백~수천 건씩 알람이 뜬 영상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서울시는 지능형 CCTV에 지역 맞춤형 시나리오를 학습시킴으로써 오류를 줄였다. 쓰러짐은 ‘이동 후 일정한 시간 동안 일어나지 못할 때’로 추가 조건을 걸고, 학교 주변에 여러 명이 모여 있을 경우 싸움으로 인식하는 등 지역 특성과 치안 수요를 반영한 알고리즘을 입력했다.
그 결과 정확도는 36%에서 71%로 2배 가까이 향상됐고 불필요한 탐지도 월 454만건에서 53만건으로 줄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월평균 60건씩 사건·사고도 조기에 해결됐다. 일례로 지능형 CCTV는 지난 4월 노원구에서 남녀의 장면을 포착해 경찰이 데이트폭력을 제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한 달 뒤 송파구에서는 수변 무대로 몰린 대규모 인파를 ‘군집’ 상황으로 감지해 안전사고 위험을 알렸다.
이 장비는 3년 전 10·29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뒤 빠르게 보급됐다. 2023년 1월 행정안전부는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초동 대처능력을 키우기 위해 모든 시·군·구에 지능형 CCTV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호 당시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지능형 CCTV 보급률을 2027년까지 100%로 끌어올려 AI 기반으로 위험 상황을 상시 관리하는 지능형 통합관제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
‘속도 조절’ 나선 정부…“안전제일주의 실천 점검해야”
하지만 행안부는 지능형 CCTV를 모든 시·군·구에 보급하기로 한 계획을 틀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의원이 행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CCTV 일괄전환’에서 ‘통합관제센터 전환’으로 수정된 목표를 검토하고 있다. 지능형 CCTV의 잦은 오류 때문에 실용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수정안은 지역별 통합관제센터에 CCTV 영상을 활용한 AI 관제 설비를 두고 CCTV를 학습시킬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서 통합관제센터의 재난 관리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지역의 의지에 따라 지능형 CCTV와 통합관제센터의 설치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능형 CCTV의 설치와 운영은 지자체 소관 업무여서 재정력이 약한 곳은 장비 설치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에 설치된 지능형 CCTV는 3916대로 서울(3만 6525대)의 9분의 1 수준이었다. 같은 시기에 대전은 1900대, 세종은 702대만 보급됐다. 통합관제센터 설치도 제각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역의 운영 방침이나 조례에 따라 광역시 단위로 통합관제센터를 1곳만 운영하는 곳도 있고, 기초자치단체마다 있는 지역도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플랫폼이 생겨도 지역에 따라 관제 능력에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능형 CCTV가 만들 사회안전망에서 지역 편차를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수 서울과기대 스마트ICT융합공학과 교수는 “지자체는 해당 지역만의 독특한 빅데이터를 특화시켜서 지자체가 자생력을 키울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이런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지능형 CCTV와 같은 기기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성능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양적으로 지능형 CCTV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가 예산과 정책에서 안전제일주의를 정말 실천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채현일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태원참사 후속 대책으로 추진한 지능형 CCTV의 도입실태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라며 “CCTV 등 국민안전을 위한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행안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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