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게임 업계를 한 단어로 정의하라면 단연 'AI'다. 전 세계 게임 스튜디오의 96%가 특정 개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신규 출시 게임의 20%가 생성형 AI를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 AI 시장은 2024년 58억 5천만 달러에서 2034년 378억 9천만 달러로, 연평균 20.54% 성장할 전망이다.
컨퍼런스 발표자료 사진 / 게임와이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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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사들은 이미 AI 전쟁에 뛰어들었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협업해 AI 혁신 기술 CPC를 개발했고, 오는 28일 이를 적용한 게임 '인조이'를 출시한다. 엔씨소프트는 AI 활용 역량을 핵심으로 삼아 프로그래밍, 기획, AI 등 5개 부문에서 세 자릿수 신입사원을 채용 중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생성형 AI를 게임 제작과 운영 전반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스팀 플랫폼에 등록된 약 11만 4천 개 게임 중 7%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게임 산업의 대표 행사인 지스타 컨퍼런스에는? AI 얘기가 단 한 건도 없다. 작년에는 달랐다. 2024년 지스타 컨퍼런스에서 넥슨게임즈의 김용하 본부장이 'AI 시대의 2차원 게임 개발'이라는 강연을 진행했다. 그런데 올해는 'AI'라는 단어 자체가 프로그램에서 증발했다.
대신 무엇이 있나. '비범한 게임 디자이너의 머리를 살펴보는 스페셜 대담', '감정을 설계하다 - 현대 게임의 내러티브 아트와 창작 철학', '서사의 경계를 넘어 - 문학적 실험과 RPG의 철학'. 내러티브, 스토리텔링, 창작 철학... 모두 중요한 주제다. 게임의 본질이자 예술성을 논하는 가치 있는 세션들이다. 하지만 2025년 지금,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AI 관련 얘기가 단 한 건도 없다. |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2025년 AI 기술이 게임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AI는 게임 개발의 단순 반복 작업부터 창의성이 요구되는 영역까지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AI NPC, 생성형 AI 기반 던전 생성, 초개인화된 게임 몬스터 등 AI가 게임 경험 자체를 재정의하는 상황이다. 개발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저작권과 윤리 문제가 얽혀 있으며, AI 기본법 시행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 모든 현실적 이슈를 한국 게임 산업 최대 행사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물론 지스타 컨퍼런스가 의도적으로 전통적 가치에 집중했을 수도 있다. AI가 게임 개발을 자동화하는 시대일수록, 인간 크리에이터의 창의성과 철학이 더 중요해진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호리이 유지의 드래곤 퀘스트, 요시다 나오키의 파이널판타지 XIV 같은 명작은 AI가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과 집념으로 탄생했다는 걸 상기시키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균형이 필요하다. AI 시대에 게임의 본질을 지키는 것과, AI 시대를 외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변화를 논의조차 하지 않는 컨퍼런스가 과연 의미 있을까?
한국 게임 업계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경쟁력이 결정될 시점이다. 이런 때 업계 최대 행사가 AI를 완전히 배제한 채 과거의 영광만 이야기한다면, 그건 현실 도피에 가깝다. 내러티브도 중요하고, 창작 철학도 소중하다. 하지만 AI 없이 미래를 논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스타 컨퍼런스가 게임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의도였다면, 그 고민 자체를 AI와 함께 논했어야 했다. AI 시대에 게임 크리에이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가 바꾸는 게임 산업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 AI게임은 나쁜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바로 2025년 지금, 가장 절실한 주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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