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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국방과 무기

    이 대통령 "北·中 잠수함 추적 어려워... 핵추진잠수함 허용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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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 만의 한미 정상회담... 87분간 진행
    美 '동맹 현대화' 요구에 韓 이익 확보 차원
    쟁점인 관세 협상엔 침묵, 조선업 공조 강조


    한국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인왕동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경주=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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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 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결단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를 한국에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의제를 띄워 회담의 최대 쟁점으로 꼽혀온 관세 협상 타결 지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중국 잠수함 추적에 제한"...미 동맹 현대화 겨냥한 듯


    이 대통령은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확대 오찬 겸 정상회담에서 "전에 제가 (트럼프) 대통령님께 충분히 자세히 설명을 못 드려서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한국)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디젤 잠수함이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핵 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을 부연했다. 핵무기 탑재용이 아니라 '원자력을 동력으로 하는 잠수함 보유' 취지를 강조하면서 설득에 나선 것이다.

    핵 추진 잠수함은 핵을 동력으로 하는 원자력 잠수함을 뜻한다. 현재 한국이 보유한 디젤 잠수함과 달리 사실상 무제한 수중작전이 가능한 강력한 해군 전력이지만 핵 물질의 군사적 전용을 금지하는 한미 원자력 협정 탓에 한국은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도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동맹 현대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중국 잠수함 거론과 관련해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지칭하기 보다는 그쪽 수역에서의 잠수함을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원자력)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서 우리 한반도 동해, 서해에 해역 방어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미국이 요구하는 한국의 국방비 부담 확대에 대해서는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에 대한 지원이나 또 방위비 증액은 확실하게 저희가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쟁점 중 하나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도 요청했다. "사용 핵연료의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분에 대해서 실질적인 협의가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 주시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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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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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정상, 관세 협상엔 침묵... 조선업 협력엔 한목소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요구한 핵 추진 잠수함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방어도 중요하지만 사실 공격을 잘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논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최대 관심사였던 관세 후속 협상에 대해서는 두 정상 모두 말을 아꼈다.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 3,500억 달러 대미금융 패키지의 현금 투자 비중과 수익 배분 방식 등 쟁점을 좁히기 위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조선업 등 제조업 부활을 위한 한미 공조 의지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고 조선 협력도 적극적으로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과 미국이 다시 조선을 함께 이끌어 나가면서 짧은 시간 내에 세계의 유수한 순위를 점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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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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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깜짝 회동은 멀어지는 듯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방한 기간 중 북미 정상 간 대화는 불발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시간이 잘 안 맞아서 (북미 회담을) 못 했다"고 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열심히 노력해서 모든 것들이 다 잘 해결될 수 있게 하겠다"고 지속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 8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날 회담은 양국의 경제·외교 분야 참모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87분간 진행됐다.



    경주=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경주=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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