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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국방과 무기

    이재명 “핵잠연로 공급을” 트럼프 “공감”…원자력협정 개정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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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정상회담 안보협상

    李, 한국 방위비 증액 통한
    동맹 현대화 트럼프에 약속

    中과 긴장관계 감수하면서
    핵잠 도입의지 강력히 밝혀
    위성락 “후속협의 진행 약속”


    매일경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29일 경북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경주 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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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용 고농축 핵연료 공급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한국군은 핵잠 확보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최첨단 디젤 잠수함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만으로는 날로 복잡해지는 동북아시아의 바닷속 안보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승부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 말미에 돌연 “한 가지 말씀을 추가로 드리고 싶다”며 “핵추진잠수함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님께서 결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 핵추진 무기체계 확보를 위한 ‘고농축 핵연료 공급’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 대통령이 핵잠 기술이 아닌 고농축 핵연료 공급을 요구한 것은 한국이 이미 핵잠용 소형원자로 기술 개발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한국군이 핵잠 개발을 비공개로 추진 중인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고, 디젤 잠수함의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들을 추적하는 활동에 제한이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디젤 잠수함은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바다 위로 떠올라야 하지만, 핵잠은 사실상 동력을 무한대로 공급할 수 있어 잠항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핵잠을 건조해 감시·추적해야 할 대상으로 북한은 물론 ‘중국’도 언급했다. 한국 대통령이 특정 무기체계 확보 구상을 밝히면서 북한이 아닌 특정 국가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의 긴장 관계를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식으로 모양새를 취하며 핵잠 도입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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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오후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리더스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점심·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경주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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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통령은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서 한반도 동해·서해 해역 방어 활동을 할 경우 미군 부담도 상당히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핵잠을 건조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부담을 더는 ‘동맹 현대화’에도 기여하겠다는 뜻을 어필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미 관계는 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대한민국도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자체적 방위 역량을 대폭 키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지원이나 방위비 증액은 저희가 확실하게 해 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허용 문제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속도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8월 말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 정상 간 합의를 이뤘음에도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답답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있으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양자 간 고위급위원회(HLBC)가 즉시 재가동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핵잠 건조 등 동맹 현대화와 관련해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혔다며 의미를 뒀다. 위 실장은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양 정상이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핵잠 도입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잠 건조 등 여건 변화에 따라 한국이 핵잠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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