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연료 공급 결단을”
미 자체 방위력 강화 요구 고려
북핵 등 안보 불안 해소 의도
“2035년까지 GDP 대비 3.5%”
국방비 증액 제시에 미 ‘공감’
8개국 정상들과 만찬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각국 정상들과 건배하고 있다. 이 대통령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르엉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주 |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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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확보 의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이 동맹국에 자체 방위 능력 확충을 요구하고,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불투명한 환경 속에서 안보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개최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해달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면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한 내용이며,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통해 예외적인 군사적 이용을 수용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 여건 변화에 따른 한국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고 후속 협의를 진행하자고 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을 수용한다면 핵추진 잠수함에 사용될 연료와 관련한 별도 협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핵추진 잠수함에는 보통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농축도 90% 이상의 우라늄이 들어가지만,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을 쓰는 사례도 있다.
이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추진하는 건 미국의 자국 방위력 강화 요구와 북한의 고도화된 핵 능력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쪽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한반도 동해, 서해 해역 방어에 (핵추진 잠수함을) 활용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중국을 언급한 건 미국이 대중 견제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핵추진 잠수함은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도 추진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미국이 이번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핵추진 잠수함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은 아니지만, 비확산 규범을 둘러싼 논란이 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이 반발할 수도 있다.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공인 핵보유국과 비공인 핵보유국인 인도 등 6개국뿐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른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제한을 풀어줄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차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실질적 협의가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주시면 그 문제가 빠른 속도로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산업적·환경적 측면에서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고, 미국도 이런 방향에 큰 틀에서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 실장은 “오늘은 방향성의 진전을 위해 실무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상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가 있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방비 증액 방침도 거듭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서 자체 방위 역량을 대폭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은 올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32%인 국방비를 오는 2035년까지 3.5%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고, 미국 측은 이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 | 정희완·강연주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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