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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국방과 무기

    “中 잠수함 추적에 제한”… 李, 공개석상에서 핵추진 잠수함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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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美 정상회담]

    中과 회담 앞두고 이례적 거론

    조선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오찬장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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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핵 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주면 좋겠다”고 공개 발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잠수함의 핵연료 공급은 과거 미국 정부가 ‘핵 확산’ 우려가 있다며 여러 차례 거절한 적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주로 비공개회의에서 논의해 왔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거셌고, 이 대통령도 그에 대한 일종의 반대급부로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거론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자주 국방론’의 일환으로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공개 언급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회담 모두 발언에서 “(재래식 전력 기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군사력 평가 5위라고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부족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미국의 방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 방위산업 지원, 방위비 증액을 확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핵 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주면 좋겠다”며 “우리가 핵무기 적재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핵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동력을 핵연료에서 얻는 ‘원자력 추진 재래식 잠수함(SBN)’을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조선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박물관에 전시된 ‘트럼프 굿즈’를 함께 관람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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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식 핵 추진 잠수함은 80~90% 이상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으로도 핵 추진 잠수함 운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프랑스는 저농축 우라늄 핵 추진 잠수함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다만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만 규정하고 있어 잠수함을 위한 핵연료를 확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가능하다면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겠다”며 “한반도 동해·서해에서 해역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해군이 운용하는 디젤식 재래식 잠수함은 디젤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고, 충전이 필요할 때마다 부상해야 해 적이 탐지하기 쉽다. 반면 핵 추진 잠수함은 이론적으로는 제한 시간 없이 잠항하며 작전이 가능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북한의 핵 잠수함 건조 등 여건 변화에 따라서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하면서 후속 협의를 해나가자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한국에 핵 추진 잠수함이나 그 기술을 지원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핵연료 논의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원전의 핵연료 확보와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은 필요하다. 2015년 개정된 현행 협정은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금지하고, 우라늄을 20% 미만 저농도로 농축할 때도 미국 동의를 얻도록 했다. 반면 1988년 발효된 미·일 원자력 협정은 일본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20% 미만 저농도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고 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우리 핵연료 중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고 원자력발전소 폐기물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이런 노력이 긴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미 간에는 8월 첫 정상회담 전부터 협정 개정 논의가 있었고, 향후 안보 ‘팩트 시트’가 발표된다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별도의 협상 개시 선언이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 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대중 견제에 동참할 테니 핵잠수함을 허용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위 실장은 이후 “특정국 잠수함을 지칭한다기보다는, 북한·중국 쪽 수역에서의 잠수함 대처를 말씀하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음 달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측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과 중국은 물론 러시아 등 주변국을 자극해 안보 딜레마를 키울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경주=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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