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자유대학’ 등이 주최한 반중국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자유대학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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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외국·외국인에 대한 혐오집회·시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청은 30일 혐오시위에 대한 단계별 대응방침과 함께 관련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사법처리하는 내용이 담긴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은 “방한 외국인 수가 크게 늘고 있으나, 혐오시위로 외국인들이 불안감을 느끼거나 상인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등 국가경제·외교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가 확산됐다”며 대책 마련 배경을 밝혔다.
경찰은 혐오집회·시위에 대한 단계별 대응방침을 수립했다. 우선 ‘집회신고’ 단계에서는 신고내용·홍보 문구 등을 종합해 위험성을 평가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기로 했다. ‘현장 대응’ 단계에서는 혐오표현의 수위·방식에 따라 조처 수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단순 혐오성 표현은 경고방송 등으로 억제하고, 외국인·상인 등과 마찰이 발생하면 경찰력으로 동원해 제지·차단한다. 공공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발생하면 해산 절차 등을 밟는다. ‘사후조처’로는 불법행위에 대한 채증역량을 강화해 신속하게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집시법 위반·상인 업무방해 등을 사법처리하고, 허위 정보도 적극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모욕 등 피해신고가 접수되면 대사관을 통해 절차를 안내하고, 고소·처벌 의사를 확인할 예정이다. 또 악의적 사실관계 왜곡이나 허위정보는 지난 14일 발족한 ‘허위정보 유포 등 단속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대응한다.
경찰은 자체적인 대응방침과 함께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형법 개정 의견을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혐중시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특정 인종·국적·종교·성별’에 대한 혐오시위를 금지하는 자체 기준을 마련했지만, 현행법상 혐오표현을 처벌할 법이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경찰청은 “대다수 선진국이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규정을 형법에 두고 있고, 유엔(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인종주의적 동기를 가중 처벌하도록 권고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윤호정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가경찰위원회에 ‘특정 국가·국민 대상 혐오 집회·시위에 대한 효과적인 법 집행 대책’을 안건으로 부의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국가경찰위원회와 경찰청은 지난 20일 정기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한 뒤 세부 내용을 보완해 최종 대책을 확정했다. 국가경찰위원회 내부에서는 ‘혐중시위에 국한하지 않고,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혐오표현은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특정 집단의 가치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금지·제한이 불가피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참고해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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