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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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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연료 공급하되 미국서 건조?…한미, 핵추진 잠수함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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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대통령, 트럼프에 핵잠수함 원료 공급 승인 요청

    트럼프 "美 필리조선소에서 만들 것" 역제시

    우리는 자주국방 위한 것이지만, 미국은 '마스가'

    美 연료 공급, 韓 설계·모듈화, 美 조선소 건조 구도

    안규백 "총리실 직속 국책사업으로 면밀히 추진"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핵(원자력) 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요청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 군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 길이 열렸다. 그간 한국형 핵 추진 잠수함 도입 논의가 ‘할 수 있느냐’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로 바뀐 것이다.

    단, 트럼프 대통령은 건조 장소를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지목하며 “미국의 조선산업은 곧 크게 재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우리 군의 자주국방 관점이 아닌 미국의 조선업 부흥 전략, 이른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일환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동상이몽’을 해소하기 위한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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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2025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핵추진 잠수함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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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의 화두는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한국형 핵 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였다. 군 당국은 현재 건조 중인 3600t급 잠수함인 장보고-Ⅲ 배치(Batch)-2 사업 이후 추가로 장보고-Ⅲ 배치-3 사업을 통해 진화한 잠수함 3척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다. 아직 추진 체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미국의 핵연료 제공이 현실화할 경우 차기 잠수함 건조 사업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장보고-Ⅲ 배치-Ⅲ 착수 시기는 미정이며, 결정되더라도 건조에 10여 년이 걸려 2030년대 중반 이후 전력화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선체는 5000t 이상으로 전망했고, 연료는 ‘평화적 사용’ 수준의 농축도 20% 이하의 저농축우라늄(LEU)을 전제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도입 규모에 대해 “4척 이상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건조 여건은 대부분 갖춰졌고 마지막 고리였던 연료를 미국 측 협조로 메우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3000t급 이상 디젤 잠수함을 독자 설계·건조해 운용하고 있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서의 사용 전력과 유사한 100MW급 일체형 소형원자로 개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국제 핵비확산 체제(NPT)는 핵연료의 재처리·농축·이전이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특히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이 핵연료를 직접 재처리하거나 농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핵 추진 잠수함에 필요한 우라늄(HEU) 사용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 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이 아닌, 핵연료 조달의 법적 제약 해소를 요청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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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서 열린 3600t급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 장영실함 진수식에서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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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승인하는 형태를 갖추면서도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했다. 자국 조선업 부활의 도구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미국 조선업은 붕괴돼 수상함 뿐만 아니라 잠수함 분야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2개의 핵 추진 잠수함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잠수함 건조는 1~2년이 지연되고 있고 운용 잠수함의 유지·보수·정비(MRO)도 2~3년이나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 총장은 ‘필리조선소에는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시설이 없어 이를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느냐’는 질의에 “많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주도하는 마스가 투자 패키지 가운데 1500억 달러를 조선업 협력에 투자키로 했는데, 잠수함 설비·인력·공정 현대화에 투입돼, 신조 뿐만 아니라 MRO 역량이 벅찬 미국의 병목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시나리오라면 연료는 미국이 공급하고, 원자로와 핵심 모듈은 한국이 제작, 최종 조립·시험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 수행하는 분업형 체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원자재 등의 국내 조달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고,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개발하고 있는 핵심 기술들이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한국 내에 핵연료 취급과 훈련, 정비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국내 설비 투자와 해외 건조가 병행돼야 하는 ‘이중 투자’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안 장관은 핵추진 잠수함을 총리실 직속 국책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맞다”면서 “유관 부서와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서 손색이 없도록 만전의 준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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