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인 '알렉산드리아함'(SSN-757·6900t급)이 지난 2월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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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공감대를 이룸에 따라 향후 우리 군의 해양 작전 능력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핵추진 잠수함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만 보유한 최상급 수중 전력이었다. 우리 군이 이를 확보하게 되면 북한 감시는 물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기존)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과 속도에서 북한이 준비하고 있는 핵 잠수함을 도저히 능가할 수 없기 때문에 (핵추진 잠수함 보유는)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한국일보에 "디젤 잠수함은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데 140여 일(6~8노트 기준)걸리는 데, 핵추진 잠수함은 그보다 3배 정도 속도를 높일 수 있어 40여 일 만에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추진 잠수함(SSN)은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닌, 석유 대신 핵을 활용해 동력을 얻는 잠수함을 의미한다. 핵추진 잠수함은 한 번 핵연료 충전 시 10년 이상 운용할 수 있고, 수개월간 수면으로 올라오지 않고 수중 작전도 가능하다. 위성에 포착되지 않고 적국 가까이 접근해 기습 타격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송승종 대전대 특임교수는 "핵추진 잠수함의 잠항 능력을 갖추게 되면 북한 입장에선 '언제든 모르는 사이 뒤통수 한 대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밤길을 걸어야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비유해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수년 사이 해군력 경쟁 무대가 수상(水上)에서 수중(水中)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특히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잠수함 전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당장 북한은 2023년 9월 전략핵잠수함 진수식을 치렀다고 보도했고, 올해 3월에는 6,000~7,000톤급으로 추정되는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며 현장을 공개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급부로 북한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31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핵잠 강국'으로 꼽힌다. 중국도 이미 핵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 12척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각국 핵잠수함 전력 현황은 1급 기밀로, 공개가 제한돼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다양한 형태의 핵잠수함 전력 증대 및 첨단화에 꾸준히 힘을 쏟아 왔다"며 "특히 건조 기술까지 첨단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전력이 (드러난 것보다)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 동맹 현대화의 한 축
이재명 대통령과이 29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과 확대오찬회담을 위해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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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이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면 한미 동맹 현대화의 한 축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미국 잠수함이 이쪽(아시아 해역)에 와서 작전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커버해줄 경우 미국도 작전 운용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며 한미 연합작전에도 한층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송 특임교수는 "우리 입장에선 인도태평양 지역 내 작전 반경과 역할이 커지는 대신, 북중러의 견제 또한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상대국인 중국으로선 우리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썩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날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일을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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