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전북 전주지법 301호 형사 중법정.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검사는 “피고인 A씨가 절도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명백히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이같이 구형했다. 선고 유예는 죄는 인정되나 2년간 선고를 미루는 판결이다. 사고 없이 2년이 지나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검찰이 선고 유예를 구형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검사는 “A씨는 유죄를 선고받으면 직장을 잃을 수 있다”며 “피해 액수는 소액인 반면 가혹하다”고 했다.
‘초코파이 절도 사건’은 지난 1월 18일 오전 4시 6분쯤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사무실에서 발생했다. 보안업체 직원 A씨는 순찰을 돌다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 1개와 커스터드 1개를 꺼내 먹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물류회사 소장 B씨가 방범 카메라 영상을 보고 A씨를 신고했다.
검찰은 절도 액수가 1050원으로 적은 점 등을 감안해 A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벌금 5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그러나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평소 (사무실을 드나드는) 탁송(託送) 기사 등이 간식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며 “훔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물류 회사 직원들 먹으라고 회사 법인 카드나 사비로 사 놓은 과자”라며 “탁송 기사들도 냉장고를 함부로 열지 않고, 물류 회사 직원들에게 허락을 받고 간식을 꺼내 간다”고 진술했다.
1심인 전주지법 형사6단독 김현지 판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사무실은 사무 공간과 탁송 기사 대기 공간이 분리돼 있고 냉장고는 탁송 기사들의 출입이 금지된 사무 공간에 있다”면서 “피고인의 직업과 근무 경력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탁송 기사들이 물류 회사 직원이 아니고 냉장고 속 과자를 먹으라고 할 권한도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A씨에게 절도 전과가 있는 점도 참작했다고 한다.
항소심(2심) 재판장은 지난달 18일 재판에서 “사실 사건을 따지고 보면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커스터드를 가져다 먹었다는 건데…”라며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기소유예로 종결하면 될 사안을 검찰이 과도하게 기소했다”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비인간적인 판결이다” 등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전주지검은 지난 27일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시민위원회를 열었다. 참석한 시민 12명 중 대부분이 A씨를 처벌하는 것보다 기회를 주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전주=김정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