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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연금과 보험

    서랍 속 보험증서 꺼내볼까… 내 사망보험금 내 생활비로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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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불 지급 사망보험금, 최대 90% 유동화
    유동화 시작 시점·기간·비율 따라 금액 달라
    소득 절벽 5060·의료비 부담 7080 다변화
    당장은 현금만, 향후에는 '서비스형'도
    실버타운·데이케어 이용료, 전담 간호사도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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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신보험 가입자가 사망하면 가족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은 그동안 가계를 책임지던 가장의 빈자리를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보험 가입자 스스로의 가계에도 부담이 커졌습니다. 예전에 가입해 놓은 보험금이 아쉬울 때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보험사들이 사망 후 유산으로 보험금을 남기는 대신 보험 가입자들이 생전에 이를 활용해 연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 고민 끝에 나온 제도가 30일 시작된 '사망보험금 유동화'입니다.

    우선 준비를 마친 5개 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KB라이프·신한라이프)부터 새 제도를 도입합니다. 내년부터는 전 보험사에서 가입이 가능합니다. 앞으로는 현금을 받는 대신 보험사가 마련한 의료, 간병 등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서랍 속 먼지 쌓인 보험증서가 있다면 노후 생활에 보탬이 될 하나의 선택지로 활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보험금, 상속 대신 연금처럼 가입자가 쓴다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험을 유동화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게 우선입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은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을 가지고 있는 ②만 55세 이상 보험 계약자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③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이고 보험료 납입을 완료한 상태여야 하며, 사망 후 가족이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가 9억 원을 초과하면 신청이 안 됩니다. ④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해야 하고, ⑤신청 시점에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어야 합니다.

    유동화할 수 있는 자금은 사망 시 일시불로 지급되는 보험금의 90%까지입니다. 만약 1억 원을 받는 상품에 가입했다면, 1,000만 원은 가족에게 지급될 보험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9,000만 원에 대해 해약한 금액을 나눠서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유동화 기간은 최소 2년 이상으로, 연 단위로 설정이 가능합니다.

    유동화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수령금과 남겨둘 사망 보험금을 다 더하면 사망 후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는 보험금보다는 적습니다. 하지만 납입한 총 보험료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다 이자까지 쌓인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40세 여성 A씨가 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예정이율 7.5%)에 가입하고 10년간 매달 15만6,000원을 보험료로 납부했다고 가정할 경우, 이 사람이 낸 총 보험료는 1,872만 원입니다. 만약 A씨가 55세부터 20년간 유동화 수령금을 받고 사망보험금을 1,000만 원만 남긴다고 하면, 매년 평균 153만 원씩 총 3,060만 원(납입한 보험료의 164%)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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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물 =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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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 절벽’ 넘을까, 노후 의료비에 보탤까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지급 시작 시점과 지급 기간, 남길 사망보험금 등 다양한 변수를 따져 설계가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어느 시점에 은퇴를 하게 될지, 다른 연금 상품은 어떤 게 준비돼 있는지 등을 다 파악한 뒤 자신에게 맞는 설계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선 떠올릴 수 있는 방식은 은퇴 후 국민연금이 지급되는 65세까지의 ‘소득 절벽’에 보태는 것입니다. 55세에 유동화를 신청할 수 있는 것도 직장인들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은퇴를 고민하는 시기라는 점 때문입니다. 앞서 유동화에 나선 A씨가 만약 유동화 기간을 절반인 10년으로 줄인다면 매년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300만 원 수준이 되는데, 이 보험금만으로 온전히 생활을 할 수는 없겠지만 아쉬운 시기에 보탬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빨리 유동화에 나서는 경우 그만큼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총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청 나이가 높아질수록 처음 보험에 가입한 시점부터 계산한 경과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죠. 가령 40세에 종신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55세에 유동화를 신청하면 15년간 운용한 적립액을 재원으로 하지만, 75세에 유동화를 신청하면 적립금이 쌓이는 기간도 35년으로 늘어납니다.

    A씨의 사례로 돌아가면, 같은 조건으로 유동화를 한다고 해도 75세에 시작을 한다면 매년 평균 받을 수 있는 돈이 304만 원(총 6,090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상대적으로 젊을 때 다른 일을 해서 생활비에 보탤 수 있다면, 최대한 지급 시점을 늦춰 갈수록 불어날 의료비에 보태는 것도 방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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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30일 서울 중구 한화생명 시청 고객센터에서 사망보험금 유동화 출시일에 맞춰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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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 대신 요양시설비로, 건강검진은 어떨까


    당장은 매년 한 차례,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만 유동화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현금 지급 대신 ‘서비스형’ 상품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보험사가 바로 요양시설에 돈을 지급해 입소 비용에 보태거나, 전담 간호사를 배정해 보험 가입자와 맞춤형 건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죠.

    실제로 보험사들은 계열사를 통해 ‘요양업’에 진출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직접 실버타운이나 요양시설을 운영하기도 하고,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노인 생활을 지원하는 주간 보호시설(데이케어센터)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만약 80세 이상 노인이 5년 안팎의 짧은 기간 동안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하고, 가입한 보험사의 제휴 요양시설을 이용한다면 상당 부분을 유동화 수령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기관과 제휴한 헬스케어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험사들은 암이나 뇌출혈, 심근경색 등 노인들이 걸리기 쉬운 주요 질병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전문 간호사와 상담에서부터 진료 예약, 병원 동행까지 해 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동화 수령금으로 매년 건강검진을 받은 뒤, 전담 간호사와 상담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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