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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불안한 휴전’…“무역 긴장완화 지속 미지수” [경주 APEC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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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적 문제들은 거의 해결 못해”

    美에 맞설 유일국가 中 부상시켜

    희토류, 대두 등 美 약점 재확인

    “사실상 中 승리한 회담” 평가도

    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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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중국이 번갈아 주고받은 보복 조치들을 다시 거둬들이며 무역협상을 맺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이르지 못한 ‘불안한 휴전’이어서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0일 오후 김해국제공항에서 만나 1시간40여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여기에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미국은 중국에 매긴 100% 추가 관세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이 미국의 대두 구매도 재개하기로 했고, 미국은 중국에 합성마약인 펜타닐 유입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부과했던 관세 중 10%를 내리기로 했다. 양국은 상대국의 선박에 부과했던 입항수수료도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무역 갈등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양국 모두 급한 조치들만 거둬들이는데 급급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논평을 내 “이번에 발표된 결과들은 양국 경제 갈등의 근본적 원인인 과잉 생산, 과도한 보조금, 불공정 무역 관행 같은 구조적 문제들을 거의 해결하지 못했다”며 “이번 휴전은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로리 대니얼스 ASPI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진행중인 출혈’을 멈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지혈용) 밴드가 오래 붙어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논평했다. 이어 “양국 간 합의가 ‘연 단위’ 구조로 설계된 점은 앞으로 미중 관계가 지속적인 협상을 특징으로 할 것임을 시사한다”며 “이는 지난 6개월간 우리가 봤듯이, 시장과 정치의 불확실성을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이번 회담이 무역 불균형이나 산업 보조금 문제 등 근본적 쟁점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겨둔 것을 감안, “1년짜리 휴전 합의”라 논했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장자이안 교수는 “이런 합의는 언제든 번복될 수 있고, 상대방의 ‘불성실’을 이유로 쉽게 깨질 수 있다”며 “결국 오래가지 않을 불안정한 휴전”이라 평가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중 무역 협상을 이끌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전략적 디커플링이 진행될 것”이라며 “이는 몇 달, 길어야 1년 정도 지속될 뿐 결국 우리는 다시 이 문제로 돌아와 재검토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명목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협상안도 ‘통큰 타협’으로 포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 소재 타이허 연구소의 에이나르 탕겐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펜타닐을 이유로 중국에 매긴 관세 중 10%를 인하하기로 한 것에 대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탕겐 연구원은 “어떤 경제학자라도 30% 이상의 관세는 사실상 무역을 종식시킨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다”라며 “이는 오히려 (이번 회담에서) 많은 진전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 덧붙였다. 펜타닐 관세 10%인하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평균 55%에서 45%로 낮춘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희토류와 대두 등 미국의 약점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부상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중국의 승리라는 평도 우세하다.

    커틀러 부회장은 “트럼프 1기 때의 ‘1단계 무역 합의’와 달리 이번엔 중국이 매우 까다로운 협상을 벌이며 양보할 때마다 그 대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관세 인하와 입항 수수료 철회와 관련해서 그랬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트럼프가 최근 다른 나라들과 체결한 무역 합의들이 대체로 미국에 유리하게 기울어 있던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며 “트럼프는 이번에 맞수를 만난 셈이고, 중국은 미국처럼 (대등하게) 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난징대의 주펑 국제관계학 교수는 “트럼프의 무역·관세전 이후 중국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나라임을 입증했다”며 “이번 협상으로 미국이 앞으로 중국 제재에 신중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중국이 일부 양보는 했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중국의 위협이 미국의 제재 확대를 되돌리게 만든 것”이라며 “시 주석은 중국 경제 시스템과 글로벌 리더십 확대를 위한 ‘안전지대’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은 시 주석의 성장과 혁신 전략에 도전 과제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중국이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특별한 무대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에 휘둘리며 협상에 나서는 와중에도, 중국은 자체 보복 조치 등 강경책으로 맞서 결국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만들었다”며 “마지막까지 대치한 끝에 중국은 말레이시아에서 고위급 협상 성사와 함께 잠정적 휴전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대부분 별 다른 저항을 못한 채 협상을 지속하고 있지만, 중국만 보복조치로 미국에 타격을 준 후 협상장에서 대등한 위치를 점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한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불명확한 목표’를 꼽았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친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 무역정책은 ‘전략 없는 전술’의 전형이었다”며 “원래는 양국 간 오랜 무역 갈등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결국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두더지 잡기’ 게임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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