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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경주APEC] 아태공동체 띄운 시진핑…'다자주의'로 트럼프 빈자리 파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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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 "트럼프 APEC 본회의 불참, 중국에 영향력 확대 기회 줘" 비판

    내년 APEC 정상회의는 중국서 개최…中 어젠다 주도 강화될 수도

    연합뉴스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띄우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빈 자리를 파고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 관세정책 등을 통해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고 국제기구에서 발을 빼는 가운데, 시 주석이 이와 대비되는 다자무역·세계화 등을 내세우며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 中, 트럼프 겨냥해 "다자주의 이행…공급망 안정 지키자"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31일(현지시간)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서 "보편적 특혜가 주어지고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추진하고,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APEC은 1993년 제1차 정상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형성' 비전을 제시한 바 있는데, 미중 갈등이 심해지고 미국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다시 한번 이러한 구상을 꺼내 든 것이다.

    시 주석은 이러한 목표 실현을 위해 5가지 방안을 제안했는데 상당 부분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행보와 대비되는 내용이었다.

    우선 진정한 다자주의를 이행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 시스템의 권위를 높이자고 밝혔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인상 등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을 펴고 있다.

    시 주석은 개방형 지역경제 환경을 만들자면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활용해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건설에 힘쓰자고 제안한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무역협정을 중시하지 않는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7년 당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바 있으며, RCEP 회원국도 아니다.

    또 미국이 반도체 분야 등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을 밀어붙이고 동맹들의 참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은 "산업망·공급망 안정을 함께 지키자"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무역의 녹색화'를 제안하고 "녹색산업·청정에너지·녹색광산 관련 협력을 확장하자"고 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녹색 사기'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친환경 산업을 불신하고 있다.

    행사에서는 전날 출국한 트럼프 대통령 대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자리를 지켰는데,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이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평판을 훼손했으며 중국에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9월 3일(현지시간)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톈안먼 망루에 올라가는 북중러 등 참가국 정상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 SCO·열병식 이어 APEC까지…中, '다자주의 수호' 이미지 공들여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구축했던 자유무역·세계화 등의 전후 질서를 해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이러한 빈자리를 공략하며 '다자주의 수호자' 이미지 구축에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중국은 앞서 8월 31일∼9월 1일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주권 평등과 다자주의 등을 내세운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미국 주도 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이해된다.

    뒤이어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는 외형적으로 '북중러 연대' 등 반서방 세력 결집과 다자주의 수호를 내세웠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100년 만의 세계적 변화가 빨라지고 국제정세가 복잡해지고 있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발전의 불안정·불확실 요인이 늘어가고 있다"고 했다.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을수록 한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 "중국은 언제나 대외 개방을 기본 국책으로 견지한다"면서 "실제 행동으로 개방형 세계 경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내세웠다.

    중국은 외교적 수사뿐만 아니라 각국이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장'을 무기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중국공산당이 최근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에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논의했는데,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에 사업 동참 기회를 주겠다는 식이다.

    시 주석은 이날 "제15차 5개년 계획 건의 통과를 계기로 확고부동하게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확대하고, 중국식 현대화의 새로운 성취를 통해 아시아태평양과 세계에 새로운 계속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APEC 정상회의는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중국의 어젠다 주도 움직임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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