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로봇이 온다

    집안일 해주는 '로봇 이모' 내년에 월 70만원에 쓰시겠어요? [월드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르웨이 스타트업 1X테크놀로지스, 가사 로봇 '네오' 테스트 고객 모집…내년 상용화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머니투데이

    노르웨이 스타트업 1X테크놀로지스가 28일(현지시간)부터 인간형 가사 휴머노이드 네오를 구매, 임대할 고객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네오는 아직 개발 단계로, X1은 실제 가사 업무 처리 데이터를 수집할 목적으로 네오 서비스를 체험할 고객 모집을 결정했다./사진=X1네크놀로지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사 노동에서 해방될 날이 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2014년 창업한 노르웨이 로봇 스타트업 1X테크놀로지스는 내년부터 인간형 가사 휴머노이드 '네오'를 일반 가정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네오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달라는 비교적 단순한 지시부터 청소, 설거지, 빨래 등 집안일을 전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하드웨어는 거의 완성 단계지만 AI는 아직 개발 중이다. 현재는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1X 직원이 무선 조이스틱으로 네오를 원격 조종해 집안일을 하는 단계다. 저마다 다른 가정집에서 집안일이라는 고도의 노동을 수행하려면 상당한 데이터 축적이 필요한데, 일단 직원이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AI를 훈련시키고 있는 것. 1X 측은 내년부터 일반 가정에서 직접 AI를 훈련시킬 고객을 모집 중이다. 이 모집에 응한 고객은 2만달러(2849만원)에 네오를 구매하거나, 최소 6개월 사용 약정과 함께 월 499달러(71만원)를 내고 임대할 수 있다.

    노르웨이 로봇 스타트업 1X테크놀로지스의 인간형 가사 휴머노이드 네오가 세탁기에 빨래를 집어넣는 모습. 현재 네오는 X1 담당자가 VR 헤드셋과 무선 조이스틱을 이용해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완전 자율화를 위한 AI 훈련의 일환이라고 한다./사진=1X테크놀로지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WSJ 기자가 네오를 직접 만나 지켜본 결과 식기세척기에 포크 하나와 플라스틱 컵 두 개를 식기세척기에 넣고 문을 닫는 데 5분이 걸렸고, 기자의 스웨터 한 벌을 개는 데 2분이 걸렸다. 도우미가 아니라 짐 덩어리 아니냐고 반문할 수준의 효율이지만 아직 AI 훈련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로봇 개발자 관점에서 보면 집안일은 전신 근육을 아주 정밀하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동시에 계속해서 두뇌를 써야 하는 복합활동이다. WSJ 기자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네오를 작동시켜봤는데, 조작이 생각보다 어려워 네오의 팔이 떨어져나갈 뻔했다고 한다.

    노르웨이 로봇 스타트업 1X테크놀로지스의 인간형 가사 휴머노이드 네오가 식기세척기에서 접시를 꺼내 서랍장에 집어넣는 모습. 현재 네오는 X1 담당자가 VR 헤드셋과 무선 조이스틱을 이용해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완전 자율화를 위한 AI 훈련의 일환이라고 한다./사진=1X테크놀로지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2004년 개봉한 영화 '아이, 로봇'이나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가사 로봇의 신체 능력은 인간보다 훨씬 월등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네오의 근력은 평범한 인간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혼자 최대 70kg 짐을 옮길 수 있다. 키 165cm에 무게 27kg. 약한 편은 아니지만, 영화처럼 막강하지도 않다. 악력은 인간과 비슷하다. 호두 껍질을 스스로 깨지 못한다.

    노르웨이 로봇 스타트업 1X테크놀로지스의 인간형 가사 휴머노이드 네오가 집안 옷 정리를 하는 모습. 현재 네오는 X1 담당자가 VR 헤드셋과 무선 조이스틱을 이용해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완전 자율화를 위한 AI 훈련의 일환이라고 한다./사진=1X테크놀로지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네오는 모터로 관절을 직접 구동하는 게 아니라, 인체의 힘줄처럼 모터가 합성섬유를 잡아당겨 관절을 움직이는 구조를 택했다. 근력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대신 인간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움직임을 구사하기 위한 선택이다. 몸무게를 가볍게 한 것은 네오가 집안에서 넘어졌을 때 주변인이 다치거나 네오가 파손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래도 현 단계에서 사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은 이번 고객 모집에서 제외됐다.

    네오는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펑크가 천으로 된 전신 슈트를 입은 것처럼 생겼다. 얼굴은 어딘가 억울해 보이면서도 귀여운 모습이다. "가사 로봇은 식기세척기 대용품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인 동반자"라는 창업자 베른트 뵈니히 CEO(최고경영자)의 철학이 담긴 디자인이다. 인간이 일상을 로봇에게 맡기려면 완전한 신뢰가 필요하고, 로봇이 신뢰를 얻으려면 친근한 인상을 띠어야 한다는 것.

    머니투데이

    X1테크놀로지스 창업자 베른트 뵈니히 CEO(최고경영자)가 네오를 소개하는 모습./사진=1X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뵈니히는 지난달 한 유튜브 인터뷰에서 네오와 대화하기 위해 처음 나란히 소파에 앉았던 일을 회상하며 "같이 앉는다는 행위는 (인간과 로봇 사이) 상호작용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공감할 수 있는 부드러운 뭔가를 원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인간이 인공적인 존재와 소통하는 방식을 재정의해 단순한 도구가 아닌 동반자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뵈니히는 유럽 벤처사 EQT벤처스가 지난 1월 미디엄에 게시한 글에서 "로봇은 안전하고 성능이 뛰어나며 저렴해야 한다"고도 했다. 1X는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노르웨이 공장에서 시판용 버전 '네오 감마'를 대량 생산 중인데 내년까지 수만 대, 2028년까지 수백만 대를 생산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1X는 2023년 오픈AI와 미국 벤처사 타이거글로벌이 주도한 투자모금에서 2350만달러를, 이듬해 EQT벤처스가 주도한 투자모금에서는 1억달러를 투자받았다. 기업가치 평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디엄 글에서 뵈니히 CEO는 "청년층이 줄어드는데 (앞으로) 고령 인구를 어떻게 돌볼 수 있겠느냐"며 "궁극적으로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로봇에 대한) 특별한 수요가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WSJ 인터뷰에서는 "내년에는 네오가 집안일 대부분을 스스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와 연구 협업 관계인 만큼 AI 개발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