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중국이 세계 최대 로봇 생산·소비국으로 부상하며 AI 기반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산업을 빠르게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조업에서 강점을 보유한 우리나라에게도 상당한 도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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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피지컬 AI 시대, 중국 로봇산업의 성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로봇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자리매김해 제조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중국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29만 5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7%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신규 설치량의 54%로, 중국산 로봇만 17만대가 설치됐다. 유니트리(Unitree), 유비테크(UBTECH), 로봇에라(Robot Era) 등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다양한 중국 스타트업들이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도 중국의 위상은 공고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2분기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의 67.7%를 중국 기업이 점유한 것으로 집계했다.

중국 로봇산업의 성장 배경으로는 △수요 기반 응용 확산 △정부 보조금 중심의 정책지원 △독자 공급망 구축 등이 꼽힌다. 특히 중국은 ‘중국제조2025’ 전략 이후 로봇 도입에 지방정부 보조금을 지급해 왔으며, 보조금을 먼저 도입한 지역일수록 특허·기업 설립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은 과거 일본·독일이 장악했던 감속기·서보모터·정밀센서 등 핵심 부품에서 빠르게 자급률을 끌어올렸다. IFR의 중국 산업용 로봇의 용도별 공급자별 설치현황을 살펴보면, 핸들링(물류) 분야에서는 중국기업의 공급이 외국기업을 월등히 앞서고 있으며, 용접, 클린룸, 가공 분야에서도 중국기업이 이미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상하이·장쑤·저장 등지에는 부품 생산·검증·양산까지 가능한 ‘로봇 메가클러스터’가 형성돼 개발에서 양산 단계까지 걸리는 기간을 수 주에서 수 일로 줄였다. 제조 비용도 유럽·일본 대비 30~50% 낮은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KIET는 피지컬 AI 시대 도래로 중국이 더욱 공격적으로 로봇 공급망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면서 한국도 로봇이 제조, 물류, 의료,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실증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수요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봤다.

조은교 KIET 중국연구팀 연구위원은 “특히 반도체·장비·부품 등 기존 강점을 활용해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의 전방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중 간 블록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 연구위원은 “중국과는 고령화 시대에 대응해 로봇서비스 분야에서 협력방안 모색해 보는 등 니치마켓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시장의 경우 AI 원천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물리적 로봇으로 구현하는 제조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므로 우리의 강점을 기반으로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