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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이슈 시위와 파업

    [단독] 교정본부장, 포고령 발표 2분 뒤 서울구치소에 "시위대 수용 여력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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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 박성재 '계엄 후속조치 지시' 수사
    '시위 등 금지' 포고령 발표 기다렸다는 듯
    신용해, 구치소에 수용 여력 확인시킨 정황
    특검, '적법 지시' 외관 갖추려 했나 의심


    한국일보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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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계엄 당일 신용해 당시 법무부 교정본부장이 서울구치소 측에 '시위대'를 언급하면서 수용 여력을 확인시킨 정황을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 전 본부장의 지시는 '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가 적힌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발령된 지 불과 2분 만에 이뤄졌다. 특검팀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정치인 체포·구금' 등 목적으로 내린 후속 조치가 실무자에게까지 전달된 것으로 보고 조만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서울구치소 관계자로부터 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25분쯤 전화해 '시위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수용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는 취지로 구치소 내 수용 여력을 확인시켰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구치소 수용공간 확보는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검토 △출국금지 인력 대기 등 박 전 장관이 계엄 당일 신 전 본부장을 포함한 법무부 간부들에게 하달한 주요 지시 내용이다.

    특검팀은 신 전 본부장이 서울구치소 관계자에게 연락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포고령이 발표(오후 11시 23분)된 뒤 불과 2분 뒤에 연락했기 때문이다. 포고령과 유사한 내용의 지시가 포고령 발표 직후 내려간 셈이다.

    계엄 당일 오후 8시 30분쯤 대통령실에 먼저 호출돼 국무회의까지 마친 박 전 장관은 이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이동하면서 오후 11시 4분쯤 신 전 본부장과 통화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외부에 공개되기 전인 포고령 내용 일부를 신 전 본부장과 공유하면서 수용공간 확보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신 전 본부장이 자신이 전파할 지시의 '근거'가 될 포고령이 공표되기까지 기다렸다가, 발표가 나오자마자 서울구치소 측에 연락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이렇게 하면 '포고령에 따른 통상업무 이행'이라는 외관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박 전 장관은 그동안 계엄 당일 오후 11시 30분부터 연 법무부 실·국장회의 도중 포고령 내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내린 세 가지 지시는 모두 포고령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한 통상업무'였다는 취지다. 하지만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포고령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꺼내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상태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위법한 계엄선포임을 알고도 국회에 의해 해제되지 않도록 정치인 출국금지·체포·구금 등 후속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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