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 및 경찰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장관은 지난달 10일 ‘혐오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적극적 법 집행 방안’을 직접 경찰위 안건으로 부의했다. 서울 명동·홍대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인을 겨냥한 혐중(嫌中) 시위가 확산된 것이 계기였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위에 안건을 낸 것은 2018년 김부겸 장관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지난달 20일 경찰위 정례회의에선 경찰이 향후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결론이 났지만, 논의 과정에선 중국 관련 집회를 겨냥한 ‘핀셋 안건’이란 취지의 우려가 쏟아졌다고 한다. 회의는 오후 3시 30분에 시작해 2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경찰위 관계자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종류의 집회·시위든 경찰의 대응 방식은 일관성 있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왜 과거와 다르게 대응하느냐는 취지의 지적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경찰위에 따르면 한 위원은 회의에서 “2019년 반일(反日) 집회 등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집회가 과거에도 있었는데, 경찰 대응은 동일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며 “법률의 적용은 일반·보편·공정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표현의 자유는 그간 확대되어 왔는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그간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유엔(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인종주의적 동기를 가중 처벌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지난달 11일 서울 명동 인근에 모여있는 반중 시위대의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어느 정도 수준의 표현을 혐오 표현으로 볼 것인지 기준을 설정하기도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경찰청이 회의에 보고한 대응 방안(초안)에는 ‘혐오 발언을 금지·처벌한다’는 표현이 있었다고 한다. 한 위원은 “혐오 표현에 대해 사법처리 하겠다는 점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폭행 등 불법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제재할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혐오성 표현에 대해 형법상 명예훼손죄·모욕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고 있음을 경찰도 인식하고 있지 않느냐”, “단순히 처벌하는 것은 헌법적 문제가 우려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경찰의 대응이 ‘월권’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초안에는 ‘혐오 표현·집회에 대한 인식·문화 개선’, ‘혐오 표현 제재 입법 검토’ 등의 내용도 담겼었기 때문이다. 한 위원은 “시민의 인식·문화를 개선하는 데 경찰이 직접 나서겠다는 것은 어색하다”며 “경찰은 기본적으로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다른 위원도 “입법 검토는 경찰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특정 국가와의 관계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 보편적 대응 기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회의가 종료됐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같은 논의 끝에 경찰은 지난달 30일 단계별 대응 방침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집회신고 단계에서는 신고내용·홍보 문구 등을 종합해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 수준에 따라 집회를 제한하기로 했다. 현장 대응 단계에선 혐오 표현이 발생하면 경고 방송 등으로 억제하기로 했다. 온라인에서 퍼지는 혐중 음모론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도 발족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