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헤그세스, 李정부 '전작권 전환' 구상에 "훌륭한 일" 지지…전작권 및 국방비 증액 등 논의 예상
지난 2월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그룹(UDCG) 회의에 참석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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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이 처음으로 방한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함께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한다. 원자력추진잠수함(SSN·이하 핵잠) 도입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3일 국방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입국해 오후 JSA 내 판문점 등을 둘러본다. 안 장관이 직접 영접하고 안내를 할 예정이다. 한미 국방장관이 함께 JSA를 찾는 것은 8년 만이다.
두 장관은 JSA 방문을 계기로 대북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한에 대한 경고 등 긴장을 높이는 메시지보다는 평화와 대화를 촉구하는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JSA 방문 후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 주한미군 장병을 격려할 예정이다.
4일에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 간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한미동맹 현안을 논의한다. SCM은 한미 국방당국이 주요 군사정책을 협의·조정하는 최고위급 기구다.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등 실무급에서 논의해온 정책을 최종 점검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미는 지난 9월 서울에서 KIDD를 열고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해 국방 분야 전반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전작권 전환 논의와 관련해선 '조건 충족의 상당한 진전에 공감했다'는 내용이 발표에 담겼다.
전작권은 한반도 전쟁 발발 시 군 작전을 통제하는 권한이다. 한국전쟁 이후 유엔군사령관이 행사하던 전작권은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 이후 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갔다. 평시작전통제권은 1994년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행사할 수 있도록 전환된 바 있다.
한미는 전작권을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 검증을 거쳐 전환하기로 했다. 한국은 2019년 IOC 검증을 통과했고, 현재는 2단계 FOC를 평가 중이다. 국방부는 이번 SCM에서 FOC 검증 일정과 FMC 진입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방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전작권 전환 구상에 대해 "훌륭한 일"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오른쪽)과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8월18일(현지 시간) 미 국방부 체력단련실에서 10분 안에 팔굽혀펴기(푸시업) 100개, 턱걸이 50개를 하는 이른바 '피트와 바비(케네디 장관 애칭) 챌린지'에 나선 모습. /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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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과 핵연료 이슈는 당초 SCM 협의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 분야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한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잠수함, 소형원자로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핵잠 건조 능력보단 오히려 핵연료 공급 문제가 더 시급하다.
추후 미국으로부터 20% 이상 고농축 우라늄을 공급받거나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까지 우리가 자체 농축하려면 모두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러시아 등으로부터 4~5%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을 수입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 역량은 있지만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농축은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정부 때도 핵잠 도입 허용을 미국 측에 타진했고 당시 1기 집권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미 행정부 내 반대 의견이 강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SCM에서 미 국방부를 상대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확보 필요성을 설득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국방당국 간 핵잠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하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원자력협정이 아니더라도 별도의 협정을 통해 한미가 핵잠 도입을 약속할 수 여지도 있다. 미국 상·하원의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등으로 법을 우회할 수 있단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SCM에선 동맹 현대화 차원에서 한국의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문제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의 국방비는 61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32%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미국의 대중 견제 차원에서 북한 대응을 넘어 중국 견제에 일부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한편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그동안 군의 혁신을 위한 독설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9월 미 해병기지에서 전군 지휘관 회의를 열고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과도하게 세심하고, 누구에게도 마음의 상처를 주지 말라는 리더십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각급에서 기준을 충족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규율을 지키고 건강하고 훈련되지 않으면 당신은 아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전투 대형이든 어떤 대형이든 뚱뚱한 군인을 보는 게 지겹다"며 "펜타곤 복도에서 뚱뚱한 장군과 제독들을 보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방부'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 새로 복원된 '전쟁부'의 유일한 임무는 전쟁 수행, 전쟁 준비, 승리하기 위한 준비 뿐"이라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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