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당시 노획 유물 반환하기도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미국 국방장관이 2일 하노이에서 열린 판반장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무기 수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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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베트남과의 군사 협력 확대와 미국산 군용 장비 추가 공급 의지를 드러냈다. ‘무기 외교’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전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판반장 베트남 국방장관과 만나 “양국 간 더욱 긴밀한 군사 협력이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베트남 해안경비대에 소형 쾌속정 3척과 주문받은 12대의 T-6 훈련기 중 3대를 인도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노획했던 베트남 병사의 가죽 상자와 벨트, 단도 등 유품을 판 장관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현지 매체 베트남넷은 “전시 기념품 교환은 화해와 공동 역사의 상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국제방위엑스포 2024'에 참석한 미국 육·공군이 미국 C-130J 허큘리스 수송기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C-130J는 장갑차를 포함해 최대 20톤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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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산 무기 공급 확대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 소식통은 로이터에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고 말했다. 록히드마틴 자회사인 시코르스키의 S-92 헬기와 보잉사의 치누크 헬기 공급도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헤그세스 장관의 이번 하노이 방문은 미국이 무기 공급을 고리로 베트남을 ‘중국 견제의 핵심 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군비 지출이 가장 크게 증가한 나라다. 2003년 8억4,100만 달러(약 1조2,200억 원)였던 군비 지출은 2018년에는 55억 달러(약 8조 원)로 700% 가까이 증가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계기로 방위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외국인 관람객이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국제방위엑스포 2024' 실내 행사장에 전시된 러시아 민간 군수기업 테크노디나미카사 로켓탄 앞을 지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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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베트남 무기 수입의 80% 이상은 ‘전통의 우방’ 러시아산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제재와 무기 공급 불안이 겹치자 무기 체계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 틈을 파고들어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을 확대하고,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는 구상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이 미국의 ‘구애’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르엉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은 이날 헤그세스 장관과 만나 “미국과 방위산업, 해상안보, 훈련·역량 강화 분야 협력을 확대하겠다”면서도 베트남의 ‘4불(不) 국방 원칙’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4불 원칙은 △군사동맹 불참 △타국 견제 불참 △외국 군사기지 불허 △무력 사용 또는 위협 불허로 요약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일방적으로 편입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며, 강대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베트남 특유 ‘대나무 외교’ 기조를 다시 한번 드러낸 셈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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