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요청 받은 경찰 “재수사 착수”
문재인 대통령 2018년 프랑스 국빈방문 당시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샤넬 한글 재킷이 지난 2022년 3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전시돼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지난 2018년 10월 15일 김정숙 여사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으로 입장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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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의상을 구매하는 데 청와대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썼다는 이른바 ‘옷값 의혹’ 사건을 다시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지난 7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했는데, 검찰은 다시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여사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신재홍)는 지난달 29일 업무상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 등으로 고발된 김 여사 사건의 재수사를 경찰에 요청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 간 수사 준칙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의 기록을 검토해 90일 이내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검찰이 경찰의 김 여사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결과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경찰의 무혐의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한 때에는 그 이유를 문서로 명시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한 것은 관련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의 존재 가능성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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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옷값 의혹 사건 수사는 지난 2022년 3월 한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됐다. 김 여사는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7~2022년까지 청와대 특수활동비로 수억 원을 들여 의류 80여 벌을 구매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개인이 잘 쓰지 않는 ‘관봉권(官封券)’을 이용해 김 여사 옷값의 일부를 치렀다는 진술과 자료를 확보했다. 관봉권은 한국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신권을 보낼 때 액수나 화폐 상태 등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증한다는 의미로 띠지를 두른 뭉칫돈이다. 정부·금융 기관 간 거래에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7월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조폐공사 등 금융기관에 확인한 결과 해당 관봉권 유통 경로 파악이 불가능했고, 관련자들도 옷값의 출처를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결국 해당 관봉권을 청와대 특활비라고 볼 증거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수사에 착수한 뒤 3년 5개월간 김 여사에 대한 계좌 압수 수색이나 소환 조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옷 구입 논란이 불거졌을 때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특활비 등 정부 예산을 사용한 적이 없고 전액 사비로 부담했다”고 했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김 여사 계좌에 대한 압수 수색은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한 경찰 수사관은 “수사팀이 지나치게 수세적으로 수사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경찰은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수사에 나서기엔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특활비가 옷 구입에 쓰였는지, 관봉권의 출처는 어디인지를 밝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대통령 기록관 압수 수색 등에 집중했다는 주장이다. 경찰청은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 수색했지만, 의상비 명목으로 특활비 등 국가 예산을 지급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피의자 출석 조사 등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누가 특활비 내역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관하겠느냐”라며 경찰 주장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본지는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1년 11월 7일 김 여사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사용했던 관봉권 다발, 김 여사 의류 구매 리스트, 매장 단말기 사진 등을 최근 확보했다. 한 유명 의류 업체 테이블 위에 올려진 5만원권 다발이 ‘한국은행’이라고 적힌 띠지에 둘러져 있었다. 200만원이 넘는 재킷, 100만원에 가까운 바지 등은 모두 김 여사를 위한 ‘맞춤 의상’이었다.
경찰은 작년부터 김 여사에게 옷·장신구를 판매한 업체들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여 김 여사 측이 관봉권으로 최소 1200만원을 결제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김 여사가 관봉권 등을 통해 구매한 의상이 300벌이 넘는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확대할 단서를 포착하고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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