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 확산기 이후 '최대'
화이트칼라 직군 집중 타깃
AI 도입 명분 구조조정 활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 고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올해 1~9월 미국 기업과 기관의 감원 규모는 94만6426명으로 집계됐다. 정부효율부(DOGE)의 공공부문 감축이 일부 반영된 수치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10%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했던 202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경기 지표나 공식 고용 통계는 아직 둔화 조짐을 보이지 않지만, 대기업들이 앞다퉈 인력 효율화에 나서면서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감원의 가장 큰 원인은 '시장·경제 여건 악화'로, 전체의 약 20%를 차지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타격을 입은 소비·물류 업종의 감원 폭이 컸다. 소매업 감원 규모는 전년 대비 3배, 물류업은 2배 늘었다. 물류 기업 UPS는 지난 10월 28일 미국 내에서 4만8000명의 인원 감축을 발표했으며 프록터앤드갬블(P&G)도 관세 인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전 세계에서 7000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AI를 감원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한 기업은 전체의 4%에 그쳤지만, 많은 기업이 AI를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대체가 가능한 화이트칼라 직군 중심으로 감원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컨설팅 대기업 액센츄어(Accenture) 는 전 세계적으로 약 1300억엔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AI 도입에 따른 인력 재교육과 사업 재편에 착수했다. PwC 역시 미국에서 1500명의 인력을 줄였다.
빅테크도 예외가 아니다. AI 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도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MS는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만5000명 감원을 추진했으며 아마존도 사무직·엔지니어 중심으로 1만5000명 규모의 인력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제시카 크리겔 컬처파트너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번 감원은 경기와 관계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이례적"이라며 "AI가 구조조정을 정당화하는 새로운 명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번 대규모 인력 감축이 AI 자체 때문은 아니며 인력 구조 효율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해명하고 있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지난 6월 "AI 효율화로 직원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에서 "현시점에서는 AI 도입 때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금이야말로 기업들이 감원을 단행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빈 에릭슨 기업 심리 반영 리서치기관 컨퍼런스보드 연구원은 "기업들이 지금을 'AI 도입을 명분으로 한 구조조정의 적기'로 보고 있다"며 "지금이라면 인력을 줄여도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도 AI 확산이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을 촉발하고 고용 창출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 노동부의 고용동향조사(JOLTS)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해고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며 "고용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AI가 향후 고용 창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덧붙였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