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피켓시위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내란특검팀의 영장청구에 반발하며 야당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힘 보이콧속 李 첫 예산안 시정연설
李 “희망과 기회의 미래 위해 함께 노력하자”
민주, 연설 내내 33차례 박수로 화답
李 “희망과 기회의 미래 위해 함께 노력하자”
민주, 연설 내내 33차례 박수로 화답
이재명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이 4일 국민의힘의 전면 보이콧 속에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장 대신 장외에서 ‘야당 탄압 규탄’ 피켓 시위를 벌이며 대통령을 맞았다. 3년 전 윤석열 정부 시절 민주당이 시정연설을 거부했던 장면이 이번에는 여야가 뒤바뀐 채 되풀이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4분께 첫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이 대통령은 국회 본관 사전환담장으로 곧바로 이동했다.
사전환담장은 이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여권 관계자들로 채워졌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우상호 대통령실 민정수석,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환담장을 찾았다. 국회 인사 중에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오전 10시 6분께 여당 의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정 대표와 짧게 악수한 이후 김 원내대표를 지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연설대에 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입장부터 연설대까지 가는 길 내내 박수로 응해줬다. 이 대통령은 시정 연설에서 “내년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 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다가오는 미래가 절망과 불안이 넘치는 세상이 아니라 희망과 기회로 충만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며 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사전환담장과 본회의장에는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맞춰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서 ‘야당 탄압 규탄대회’를 열고 피켓 시위로 맞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은 마스크와 검은 정장을 맞춰 입은 채 이 대통령을 맞았다. 의원들 손에는 ‘명비어천가’‘야당파괴’‘야당탄압’‘불법 특검’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려 있었다. 전날 내란특검이 추경호 원내대표를 내란 방조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본관에 도착하자 “범죄자 왔다”“재판 속개해라” 등 비난으로 맞이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제 전쟁이다.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며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해야 할 때”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시정연설 역시 불참했다. 국회 본회의장에 100석 가까운 자리가 비워진 채 이 대통령을 맞았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연설 첫 마디로 “좀 허전하군요”라는 농담을 던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1분간 연설 속 민주 33회 박수로 화답
박주민 “나라 살림 논의 자리, 빈 의자만 가득”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 자리에 야당이 불참한 것은 헌정 사상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2022년 10월 25일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번째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에 대한 정부의 사정정국에 대한 반발이었다. 당시 원내 제1당(169석)이던 민주당이 자리를 비우면서, 그 시정연설은 사상 최소 인원이 참석한 예산안 시정연설로 남았다.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현 국회부의장)는 당시 기자들에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은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는 이 대표 개인의 문제지 민주당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박주민 “나라 살림 논의 자리, 빈 의자만 가득”
그러나 3년 만에 여야만 뒤바뀐 채 ‘판박이’ 행태가 이어진 것이다. 주 부의장은 이날 사전환담에 불참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게 국민의 뜻을 받드는 국회의원입니까”라고 반문하며 “나라의 살림을 논하는 본회의장이, 오늘은 국민의힘의 빈 의자로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약 21분 간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동안 총 33회의 박수를 치며 연설에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빠져가며 여당 의원들과 다시 악수하며 대화를 나눴다.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퇴장길에 “이재명! 이재명!”을 연호하며 환송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