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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물가와 GDP

    생산성 하락에 자본 유출... "이대로면 GDP 0.15%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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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성 하락 시 자본 해외 유출 촉발
    노동소득 의존도 높을수록 큰 타격
    한미 협상 타결 "일부 부정 요소"


    한국일보

    김준형(왼쪽)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외 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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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생산성 둔화가 국내총생산(GDP)을 0.15% 감소시킬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생산성이 떨어질수록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축소하고, 이는 자본의 해외 유출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 부진으로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일 발표한 '해외 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에 따르면, 생산성이 0.1% 하락한다면 GDP는 0.15% 감소한다. GDP 감소 폭이 생산성 하락률의 1.5배에 달하는 것이다. 생산성은 기술혁신이나 제도개선, 교육 등 경제성장을 이끄는 원천이다.

    GDP가 떨어지는 이유는 자본수익성 하락에 있다. 자본수익성은 생산성이 높을수록 좋아지는데, 2000년 이후 우리 경제 생산성 증가세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며 자본수익성 하락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투자 수익률은 해외 투자 수익률을 하회하는 등 국내 투자가 해외 투자로 전환될 유인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 투자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소득 대비 순해외 투자(내국인 해외 투자-외국인 국내 투자) 비중은 2000~2008년 0.7%에 불과했으나, 2015~2024년에는 4.1%로 6배가량 늘었다.

    특히 임금노동자 등 노동소득 의존도가 높은 경제주체일수록 생산성 둔화 타격을 더 많이 받는다. 자본소득은 국내 감소분이 해외 상승분으로 상쇄돼 전체 자본소득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보고서는 "생산성 충격이 GDP는 물론 해외 투자, 소득 분배 등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일본의 상황과 유사하다. 일본은 1980년대 이후 자본수익성이 하락하면서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 수익률이 역전되고, 해외 투자가 늘었다. 이는 경제활력 저하로 국민소득의 더 많은 부분이 해외 투자수익에 의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2010년대 들어 일본 순수출은 마이너스(-)로 전환됐지만, GDP 6% 수준의 막대한 소득수지(해외 투자 수익) 흑자 덕에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KDI는 "국내경제의 활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개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유망한 혁신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총 2,00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안에 대해선 "국내 투자에 일정 부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수익성이 아닌 다른 이유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대일 규모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투자처가 결정된다면 영향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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