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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끝이 보이는 사랑…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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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에서 올리버역을 맡은 신성민 배우와 클레어를 연기하는 박진주 배우. NHN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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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만큼 즐겁지만은 않을 걸 알아, 사랑하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을 거야."('그럼에도 불구하고' 중)

    안 될 이유가 셀 수 없이 많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하는 토니상 6관왕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다시 서울의 관객을 찾았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어쩌면 해피엔딩'은 낡았지만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두 로봇의 소박한 사랑을 그린다. 2060년 근미래 서울, 주인에게 버려진 가정용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는 각자의 아파트에서 홀로 일상을 꾸려간다. 그러던 중 충전기가 고장 난 클레어가 올리버의 문을 두드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일 충전기를 빌려주고 돌려주는 과정에서 두 로봇은 조금씩 서로에게 끌린다.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던 존재가 사랑을 배워가는 서사는 단순하지만, 작품은 그 과정을 섬세한 연출로 채운다. 특히 두 로봇이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온 밤, 각자의 방에서 사랑을 자각하고 복도에서 마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조명과 라이브 연주, 배우의 절제된 로봇 연기가 어우러지며 서로의 마음을 처음 확인하는 순간의 설렘을 감각적으로 구현한다. 사랑에 빠진 둘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기종이 낡아 더 이상 부품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된 두 로봇은 시한부의 삶을 자각하며 처음으로 '사랑의 아픔'을 경험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상대를 슬프게 만들었다는 깨달음은 그들을 괴롭게 하지만, 이들은 결국 그 고통 속에서 사랑의 완전함을 배워간다.

    단 세 명의 배우만 출연하는 작은 규모의 작품이지만, 무대는 결코 비어 있지 않다. 두 배우의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감정 연기가 객석을 숨죽이게 한다.

    10년 사이 연애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연애는 조건을 전제로 가능과 불가능을 가늠하는 영역으로 후퇴했다.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약속했음에도, 이별이 예정돼 있음에도, 결국 사랑을 택한 올리버와 클레어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이번 공연은 1, 2차 티켓이 뜨거운 호응으로 전석 매진됐으며, 3차 티켓 오픈은 11월 6일 오전 11시 티켓링크를 통해 진행된다. 공연은 내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이어진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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