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 탓 농산물 출하 늦어져
정부, 김장재료 수급 대책 발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배추와 무를 카트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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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긴 추석 연휴로 여행 관련 물가가 상승한 데다가 기후변화 탓에 농산물 출하가 지연된 영향이다. 정부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등 김장재료 공급을 최대한 늘리기로 했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다. 작년 7월(2.6%)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 상승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2.2% 상승하며 마찬가지로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추석 여행 수요다. 실제 여행 관련 품목이 포함된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3.6% 올랐는데, 이는 2023년 10월(3.6%) 이후 2년 만에 최대 상승이다. 콘도 이용료(26.4%)를 비롯해 승용차임차료(14.5%), 해외단체여행비(12.2%) 등이 줄줄이 급등했다. 올해 추석 7일 연휴가 2017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길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먹거리도 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농산물은 9월 마이너스(-)1.2%에서 지난달 1.1%로 상승 전환했다. 최근 잦은 비로 쌀(21.3%)과 찹쌀(45.5%) 등의 출하 시기가 늦춰진 영향이다. 축산물과 수산물 또한 각각 5.3%, 5.9% 올랐다. 돼지고기(6.1%), 국산 쇠고기(4.6%), 고등어(11.0%), 달걀(6.9%) 등 주요 품목이 줄줄이 올랐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과실, 특히 사과(21.6%)도 출하 지연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물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물가 상승의 주된 요인은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인데, 이는 소비쿠폰과 관계는 없다"며 "소비쿠폰은 본인 주소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 지역 여행이나 숙박에는 사용할 수 없고 온라인 여행사이트를 통한 예약도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 심의관도 물가 상승에 대해 "특별히 소비쿠폰 영향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향후 상승률에 대해 "지난해 대비 낮아진 유가수준, 여행 서비스 가격 둔화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점차 낮아져 연말·연초에는 2% 내외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유가는 배럴당 65.2달러(3일 두바이유 기준)로 전년 11, 12월 73.1달러보다 약 11% 낮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정부는 민생경제의 핵심인 생활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갑작스러운 추위 등 기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배추와 무를 4만7,000톤 이상 공급하고, 김장채소와 돼지고기 등을 최대 50% 할인하는 김장철 할인행사를 추진하는 등의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세종=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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