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국방과 무기

    헤그세스 “한국핵잠 신중 협의 중”…안규백 “핵무기 개발 있을수 없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방한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이 4일 한국의 핵(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딜 메이커’(해결사)로서 다른 대통령들이 할 수 없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여러분은 역사적 합의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잠 승인’을 재확인하는 취지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SCM을 진행한 뒤 오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과 관련한 질의를 받고 “국무부·에너지부와 계속해서 신중하게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에 핵잠 도입을 승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재차 확인하는 취지였지만, 동시에 핵 비확산을 담당하는 국무부와 원자력 등 관련 기술 통제를 담당하는 에너지부와도 협의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미 정부가 실무선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등에 어긋나지 않는지, 민감 기술 이전 등이 가능한지 따져본다는 의미일 수 있다. 특히 에너지부는 지난 1월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했는데, 한국 내 핵무장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왔다.

    헤그세스는 한국의 핵잠 도입이 “한국에서 잠수함을 건조하면 미국이 핵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인지, 미국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라는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은 조선업에서 세계적 수준의 능력을 가졌다”고 말하며 즉답하지 않았다.

    한국은 벌써 구상 단계다. 원종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8차 국무회의에서 “미국 측과의 협의를 통해 원자력잠수함용 연료를 확보하고, 2020년대 후반 건조 단계에 진입하면 2030년대 중후반에는 선도함 진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미 외교 및 국방 당국 간 실무협의체를 꾸리고 범정부 차원의 TF(태스크포스) 구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한국 첫 핵잠, 2030년대 중후반엔 진수 가능할 것”



    다만 안규백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에 가입돼 핵(무기)을 본질적으로 가질 수 없는 나라며, 한반도 비핵화는 흔들림 없는 약속”이라며 “한국의 핵무기 개발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에도 선을 그었다.

    이날 미국은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역할 확대를 의미하는 ‘동맹의 현대화’에 대해서도 입장을 명확히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우리는 전 세계의 많은 위협에 대비하고 있으며, 한·미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여기에도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북 방어에서 대중 견제 역할로 주한미군의 대응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SCM에 앞서 전날 개최된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 결과 자료에선 양국 합참의장이 “동맹의 연합 억제력은 한반도를 넘어(beyond) 역내 억제력에 기여한다”는 대목이 처음 담겼다.

    이와 관련, 헤그세스는 회견 모두발언에서 “안 장관과 함께 우리가 직면한 위협들(threats)을 직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 등 역내 안보 위협에 두루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그가 “한국이 한반도에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한 것도 대북 방어는 주로 한국군에 맡기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투입하는 걸 검토하는 미 측 구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동시에 “우리는 이전처럼 핵 확장 억제력을 제공하기 위해 동맹의 편에 서 있다”며 확장 억제 공약도 분명히 했다.

    앞서 양측이 이날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약 4시간에 걸쳐 진행한 고위급·확대 회의에서는 이를 포함한 동맹의 현대화 방안이 두루 다뤄졌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합동 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SCM의 공동성명 발표도 미뤄졌다. SCM은 한·미 국방 당국 간 최고 협의체로,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론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에서는 한국의 국방비 지출 인상 규모에 대해서도 ‘직접 국방비 지출 3.5%’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등에 요구한 ‘GDP(국내총생산) 대비 5% 룰’을 한국에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큰데, 나토는 이를 ‘국방비 3.5%+간접투자 1.5%’로 충족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올해 국방예산 증액 기조인 연 8%대 성장을 유지한다면, 2035년까지 GDP 대비 3.5% 수준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회의에선 미 측이 ‘3.5% 지출’을 먼저 언급했고, 안 장관도 국방부의 자체 계획을 설명했다고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임기 내 전환과 관련해선 미래연합사의 3단계 평가·검증 가운데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내년 SCM에서 승인하자는 데 한·미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오후 헤그세스의 예방을 받고 “임기 내 전작권 조기 회복은 한·미 동맹이 한 단계 더 심화되고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의 전투함 건조도 한국에 맡길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한국의 조선산업은 세계적 수준이며, 우리는 수상함전이든, 잠수함전이든 더 많은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유정·심석용 기자 uuu@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