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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국방과 무기

    미국, 중국·러시아 정찰위성 방해용 무기 조만간 실전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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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무기와 결합해 시스템 완성
    전 세계 분산돼 적용 범위 넓어져
    중국, 궤도위성 수천 개... 위협↑


    한국일보

    미국 방위산업체 L3해리스가 제작한 위성 교란 시스템 '메도랜즈'. L3해리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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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정찰 및 정보 수집용 위성을 교란하기 위한 신형 무기를 배치하고 나섰다. 중국이 1,000여 개의 위성을 우주에 띄워 미국 항공모함과 미군 전투 부대의 활동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자, 신무기를 통해 중국의 '눈'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우주가 미중 군비경쟁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우주군이 이번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내 신무기 '메도랜즈'와 '원격 모듈식 터미널(RMT)'을 전 세계에 배치한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은 지금까지 적의 위성통신을 교란하기 위한 장비로 강력한 안테나를 가진 '대응통신시스템(CCS)'에 의존해왔다. 다만 CCS는 크기가 크고 대형 트레일러로 옮겨야 해서 신속한 전개나 은폐가 어려웠다. 또한 장비를 배치, 철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형 전력선과 냉각장비도 필요해 작전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이번에 배치되는 메도랜즈는 CCS의 경량화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CCS가 교란할 주파수와 대역, 위성을 사람이 사전에 지정하는 수동식이었다면 메도랜즈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위성 신호를 자동으로 식별, 즉시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RMT의 경우 크기가 작고 원격 조종이 가능해 여러 곳에 흩어 놓고 특정 주파수를 골라 일시적으로 교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미 해외 요충지에 배치되고 있으며 정확한 수량과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CCS와 메도랜즈, RMT가 상호 보완적으로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라며 "미 국방부는 세 가지 대우주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지난달 31일 중국 간쑤성 주취안시 위성발사센터에 놓인 우주선 발사대 앞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중국은 이날 3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유인 우주비행선 선저우2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주취안=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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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우주 영역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군비 강화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9월 공개된 미 우주군의 '우주 위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중국은 약 1,200개의 위성을 궤도에 배치했다. 이 위성들에는 광학 및 다중 스펙트럼, 레이더, 무선 주파수 센서 등이 탑재돼 있어 510개 이상의 정보·감시·정찰 위성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우주에서 실시간으로 미국 항공모함과 해외 파견 전투 부대 등을 탐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 우주군은 중국도 현재 미군의 우주 통신 및 레이더, 항법 시스템을 공격하기 위한 무선 주파수 방해기를 훈련에 정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챈스 솔츠먼 우주군 사령관은 올해 4월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역 분쟁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우주 작전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원격 감지 위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개체 수가 200기 정도로 제한적이지만, 직접 공격 및 요격이 가능한 위성이 포함돼 있어 미국에는 위협적이다.

    미군은 새로운 무기가 방어적인 목적일 뿐, 공격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967년 국제법상 맺어진 '우주조약' 제4조는 “우주에서의 군사적 공격 행위”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미군은 CCS나 메도랜즈는 위성전파를 방해할 뿐 위성 파괴 등 물리적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빅토리아 샘슨 시큐어월드재단 우주안보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교란 장비는 즉각적인 군사적 필요에 대응하지만, 이를 사용한다고 해서 선을 넘는 것으로 인식되거나 우주에서 실제 충돌이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우주 기반 장비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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