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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기고]성과평가, 이제 진짜 성과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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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요즘 나라 곳간이 예전 같지 않다. 세수는 늘지 않는데 해야 할 일은 갈수록 많다. 복지지출 증가와 경제회복을 위한 재정 역할을 감안하면, 이제는 "얼마나 쓰느냐"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핵심 수단이 바로 성과평가 제도다.

    정부는 2003년 재정개혁 일환으로 성과관리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재정사업 자율평가, 심층평가 등은 그간 재정 효율성·효과성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해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조사(2023 Performance Budgeting Survey)에서도 우리나라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좋게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제도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특히 부처가 자기 사업을 스스로 평가하는 방식은 평가 관대화 경향이 나타나기 쉽고, 평가 오류 문제가 있다. 감사원의 '정부평가제도 운영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2~'23회계연도 자율평가 점검 결과 일부 부처가 집행률 산식을 잘못 적용(70건)하거나 정성적 요인을 임의로 반영(31건)해 평가등급과 지출구조조정 대상을 왜곡시킨 사례가 확인됐다.

    또한 평가 결과가 예산편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등 불충분한 환류도 문제다. 미흡 사업을 삭감하겠다고 했지만, 의무지출 등을 이유로 실제 구조조정으로 연계되지 못한 사례가 다수다. 심층평가 역시 분석 자원의 제약으로 깊이 있는 분석이 어렵고, 평가 결과가 실제 정책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재정당국 평가 외에도 각 부처가 일자리, 중소기업 등 분야별 평가제도를 운영 중이나, 부처별로 따로 노는 평가제도는 사업부서의 부담을 키우고 행정비용만 야기하고 있다. 결국 평가는 하고 있지만, 정작 '예산의 방향타' 역할은 못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도 오래전부터 성과정보와 예산편성 간 연계를 고민해왔다. 미국은 2011년 GPRAMA법을 시행하여 성과정보 기반 정책결정을 제도화했다. 영국은 재정의 20%에 가까운 지출 절감을 목표로 하는 지출검토(Spending Review)를 통해 성과와 예산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캐나다는 재정적자 극복 과정에서 전략적 검토(Strategic Review) 제도로 성과가 낮은 사업을 체계적으로 구조조정했다. 이들 사례는 성과평가와 재정지출의 명확한 연계, 그리고 평가 결과의 실질적 활용이 성과평가의 성패를 결정함을 보여준다.

    우리도 이제 실효성 있는 평가제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평가는 중립적·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평가 결과는 예산편성과 사업개선에 직접 반영하는 등 환류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불필요한 평가는 정리하여 행정비용과 세금 낭비를 줄여야 한다.

    결국 성과평가의 본질은 국민의 신뢰다. 국민이 낸 세금이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가, 그 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평가의 존재 이유다. 평가가 진짜 성과로 이어질 때, 우리는 '재정건전성'과 '정책효과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다. 성과평가가 형식이 아닌,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나라 살림의 나침반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오영민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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