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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마약조직 끌려간 딸, 고장난 법…엄마는 ‘정의 집행자’가 되어야만 했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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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미국 특수부대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 소탕전을 펼치는 내용의 넷플리스 영화 ‘시카리오’(2015년)의 한 장면. 넷플리스 예고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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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월,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딸 카렌이 멕시코의 한 지역을 장악한 마약 카르텔 ‘세타스’ 일당에게 납치된다. 범인들의 전화를 받은 미리암 가족은 애걸복걸하며 모든 지시에 따랐고,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몸값도 지불한다. 그러나 범인들은 카렌의 생사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수사 당국은 무관심하고 형식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 결국 평범한 중년 여성이었던 미리암은 딸을 납치하는 데 연루된 모든 용의자를 직접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결심한다.



    ‘두려움이란 말 따위’는 멕시코 여성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실화를 다룬 르포르타주다. ‘미국은 어떻게 아프가니스탄을 잃었는가'라는 제목의 연재 기사로 2025년 퓰리처상을 받은 논픽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지은이 아잠 아흐메드는 공권력이 부패하고,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한 용기 있는 시민이 정의를 세워가는 과정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직접 범인들을 추적하기로 결심한 미리암은 사건 기록을 수집하고 증거를 모아 범인들을 찾아냈으며, 2년 만에 용의자 중 6명이 교도소에 수감되고 4명이 해병대에 사살되는 성과를 올린다. 이 모든 과정에서 미리암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은이는 왜 피해자가 직접 정의를 집행해야 했는가를 묻는다.



    한겨레

    두려움이란 말 따위 l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동아시아, 2만원


    책은 70년간 집권한 제도혁명당과 마약 카르텔의 유착, 1990년대 이후 정부가 지역사회에서 조직범죄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린 멕시코의 상황을 추적한다. 걸프 카르텔과 세타스가 경쟁하며 폭력을 확대하고, 일반 시민들이 납치와 학살의 희생양이 되는 현실을 그린다.



    복수심에서 시작한 미리암의 활동은 점차 사회적 연대로 이어진다. 그는 실종자 가족 단체를 조직하고, 정부에 디엔에이(DNA) 실무단 구성을 요구하며 피해자 지원을 제도화하려 노력했다. 심지어 세타스 조직원 가족 지원을 돕겠다고 결심하며 복수에서 연대의 길로 나아가지만, 결국 미리암은 2017년 5월 ‘어머니날’ 자택 앞에서 탈옥한 조직원에 의해 살해된다. 지은이는 “이 책은 멕시코 사회의 끔찍한 폭력 속에서 실종된 10만 명이 넘는 피해자들의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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